‘나카무라 가쿠코(森下 典子)’의 ‘맛 읽어주는 여자(いとしいたべもの)’는 여러 가지 음식과 거기에 얽힌 역사와 경험, 생각들을 얘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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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제목인 ‘맛 읽어주는 여자’는 저자의 별명이기도 한데, 책을 보다 보면 왜 이런 별명이 붙었는지도 알법하다. 하지만, 책 제목으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원제를 보니 ‘사랑스런 음식’이라 ‘과연’ 싶고,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음식에 관하여’라는 주제와도 어울리는데, 왜 이렇게 바꿨는지 모르겠다. 굳이 ‘여자’를 강조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재밌는 건 이 책에 실린 이야기 대부분이 원래는 한 식품기계회사 홈페이지에 연재하던 것이라는 거다. 비록 음식과 관련이 있다고는 하나, 기계회사라니; 심지어 깜짝 연재한 것도 아니고 10년 넘게 연재했다고 해서 좀 놀랍기도 했다. 한편으론 그만큼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가 아닐까도 싶다.

실제로 저자는 장기 연재의 이유를 보여주듯, 또 음식 칼럼니스트란 직업에도 걸맞게,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아주 좋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보다보다 단지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어떨 땐 역사를 돌아보기도 하고, 어떨 땐 저자의 경험담을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며, 또 어떨 땐 철학적인 에세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 이런 여러 가지 면들이 서로 어색하게 기워져 있는 게 아니라 저자가 사랑하는 음식들처럼 한데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흥미도 돋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작가의 글에선 음식을 얼마나 사랑하고 즐기는지 뿐 아니라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도 잘 표현되어 있는데, 그 어휘도 풍부해서 시각적으로도 꽤 잘 그려지는 편이다. 거기에 곁들여진, 사실적이면서 따뜻한 그림도 좋은데, 수록된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좀 아쉽기도 했다.

책을 보다 보면 비록 최근 쓸만한 경험이 없더라도 이전의 좋았던 느낌들을 뽑아내고 짜집기해서 상상 속의 음식 맛을 구상해보게 된다. 먹고 싶어진다는 거다. 밤에는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