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허수아비: 사막의 망자들(The Scarecrow)’은 ‘시인(The Poet)’의 뒤를 잊는 ‘잭 매커보이 시리즈(Jack McEvoy Series)’의 두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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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간 된 것이기는 하나, 소설 자체는 작가의 최신작은 아니다. 오히려 그를 대표하는 오래된 구작 중 하나다. 무려 10년 전인 2009년에 발매했던 것을 이번에 그 기념으로 리커버로 재발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옛 소설이라고는 딱히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가 흥미롭고 잘 짜여져 있으며 또한 재미있다. 그래서 보다보면 왜 작가의 작품들이 사랑을 받는지 새삼 알게한다.

이 책은 특히 더 그렇다. 유독 10주년이라고 리커버판을 발행할만 하다는 얘기다.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상복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렇겠다 싶다.

소설은 스릴러인만큼 범죄를 제대로 다루는데다 기자로서의 활약이라던가, 동료와의 로맨스 등도 어색함없이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범죄를 파헤쳐가는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그만큼 설득력도 있어서 사실감을 살려준다. 저자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범죄 담당 기자 출신이어서 아무래도 그런 경험들을 더 잘 살려 담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분위기도 좋다. 때론 지나치게 건조해 보이는 면도 있으나, 카타르시스를 위해 과장하거나 자극적인 장면과 감정 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스타일만의 맛이 있으며 좀 더 현실적인 드라마라는 느낌도 부각한다.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시작하는 만큼 미스터리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만큼 이야기도 꽉 차있는 편이다. 이는 주인공과 범인 양 쪽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동시에 썼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미스터리를 포기함으로써 얻은 장점이기도 하다.

번역은 무난한 편인데, 좀 너무 무난하게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치 외국어를 그대로 직역한 것 같은 문장이 더러 눈에 띄어서다. 특히 대사가 그러해서, 말투나 존댓말 등은 종종 참을 수 없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욕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그렇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이 소설에서는 나름 특별한 장면인데, 어색한 외국인 말투에 그만 실소가 나와버리니 분위기가 영 그렇다. 기껏 10주년을 기념해 재발행하는 건데, 한번 다시 살펴보고 다듬어 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