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는 한 청요리집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배경인 청요리집의 이름 ‘건담(健啖)’은 잘 먹는다, 먹성이 좋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이다보니, 얼핏 들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로봇이 먼저 생각나는데, 사실은 그곳 싸부인 ‘두위광’이 자신의 어렸을 적 불렸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충분히 먹지 못하는 시기를 거쳐왔던 그가 건담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이름을 가졌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며 여러 사연을 거쳐왔는지를 짐작케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무슨 똥고집도 그런 똥고집이 없다. 자신이 걸어온 길, 자신의 중식에 대한 철학이 분명하고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방에서의 그는 마치 폭군과도 같다.

그렇다고 그의 밑에서 있는 것이 보람차느냐. 모든 요리를 도맡아 하면서 레시피나 팁을 공유한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얼마나 오래 있었든 계속해서 허드렛일꾼일 뿐이다. 오가는 건 거친 갈굼과 불만 뿐. 자연히 건담 사람들간에는 함께한 세월만큼의 갈등이 쌓인다.

맛있는 걸 가장 맛있을 때 먹길 바라는 위광의 마음도 현대의 사람들에겐 그저 쓸데없는 참견, 소위 꼰대질로 비칠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위광은 맛과 냄새를 잃고, 치매로 보이는 증상까지 앓기 시작한다. 그렇게 건담은 과거의 역사와 영광을 모두 잃고 추락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 과정과 거기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과 이야기를 꽤나 잘 그려냈다. 어려운 와중에도 요리에 대한 애정과 생각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것도 그렇다.

소설 곳곳에서 불연듯 나오는 중국어라던가, 화교로서 어중간하고 차별받는 입장에서 고생하는 것, 패션 화교와 같은 내용 등 본인이 화교이거나 화교 지인을 알고있나 싶을정도로 인물과 관계 설정, 묘사가 좋다. 중국요리와 맛에 대한 지식과 표현은 말할 것도 없다.

소설은 음식에 대한 철학이라던가, 무엇보다도 중국집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묘하게 영화 ‘북경반점(北京飯店, 1999)’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무난하게 볼만하고 이야기 구성과 만듦새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다소 아쉬운점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짧은 상영시간안에다 담아내려다보니 압축과 생략도 많이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살려 속도감있으면서도 느긋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내며 차근히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훨씬 살이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소 뻔할 수 있지만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전개도 무난하고,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 여운감을 주는 마무리도 나쁘지 않아 전체적으로 완성도있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