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커다란 한 사건인 ‘6월 민주 항쟁’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사실 제목부터가 조금 노골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 때의 모습이나 그 안에서 벌어졌던 여러 인물들의 내면을 깊고 진지하게 파고들어가 보는 그런 소설일 줄 알았다. 아니면 소위 ‘프락치’로 인해 야기되는 배신과 의심이 만들어내는 스릴러나 느와르라던가.

그런데, 그런 예상과는 꽤나 달랐다. 당장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 2부만 봐도 그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가 종종 ‘그 때 6월을 그린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지나며 주인공이 겪은 일들을 일관된 흐름없이 추억을 되뇌이듯 하나씩 풀어놓았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마치 1, 2부는 픽션이 가미된 저자의 개인 경험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적어낸 일종의 에세이 같기도 했다.

그게 이 이야기를 어디로 끌고 갈거며, 이제까지 뱉어냈던 이야기들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그러모을 것인지 궁금하면서 또한 걱정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간의 이야기들이 그만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잡스런 이야기들의 나열이라서다.

이런 불안은 3부에 들어가면서 더욱 커졌다. 이제야 시작한 6월 이야기에 이전에 했던 얘기들은 딱히 필요해 보이지 않아서다. 물론 그것들이 여기 있는 인물들이 누구인지를 얘기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3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법한 ‘호일’은 고등학교때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황당하다고도 할 수 있었던 만큼 1부를 통해 배경을 참 잘 깔았다는 생각도 들게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배경을 가진 그가 갑자기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것 처럼 보이는 행동은 의구심을 품게 만들기도 했다. 오죽하면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뒤가 구린 반전은 있지 않을지 의심했을까. 그런 점이 이 소설을 현실적인 6월 항쟁의 한 모습 보다는 일종의 ‘일진 판타지’를 그린 것처럼 느끼게도 했다.

그건 또한 2부의 이야기를 더욱 퇴색시켜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보여준 것이라기 보다는 고등학교 시절에서 갑자기 점프하지 않으려고 대학 초중반을 그럭 저럭 매꿔넣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6월 항쟁을 소재로 했다고해서 단지 항쟁만을 그린 것 뿐 아니라 그 후 거짓말처럼 항쟁의 성과를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정치인들의 이권 다툼과 시민들의 성숙하지 못한 의식을 꼬집은 것은 괜찮았는데, 그걸 그려낸 방식은 그리 마뜩지 않았다. 그래서 있었던 일이니 한번 언급하고 넘어간다는 식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주인공이 호일에 대해 갑자기 호감으로 변한 듯 하는 거나, 투쟁의 한 복판에 있으면서도 늘 제3자처럼 한걸음 바깥에 있는 듯 그려진 것도 묘한 찝찝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