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나가 마나부(神永 學)’의 ‘괴도 탐정 야마네코(怪盗探偵山猫)’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액션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괴도’란 정말이지 매력적인 소재다. 그런데,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일이다. 괴도란 신비한 정체 불명의 도둑, 한마디로 남의 것을 훔쳐가는 도둑놈이라는 말인데 이상하게도 다른 범죄자들과는 달리 이미지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괴도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역사적으로도 종종 등장하곤 했던 의적의 이미지를 주인공에게 같이 부여했기 때문이다. ‘도둑 맞아도 싸다’는 상황 설정들은 그들의 도둑질을 얼렁뚱한 합리화해주고, 당연히 이는 주인공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을 거의 0에 가깝게 낮춰주기도 한다.

이렇게 된 상황이니, 혀를 내두르게 하는 도둑질 솜씨나 신출귀몰한 능력만이 부각되게 되고 자연히 히어로의 일종으로서 호감을 갖고 매력적으로 보게 되는거다.

그에 비하면, 이 소설 속의 야마네코는 전통적인 히어로적 의적형 괴도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스스로부터가 오로지 돈 때문이라며 떠벌리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의적처럼 행동하고 다니느냐고 의문스러울 수 있는데, 그것도 야마네코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로 설명한다. 이런 점들이 판타지의 범주에 있던 괴도라는 캐릭터를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낸 느낌이 들게 한다.

그 밖에도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허구(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잘 넘나든다. 절도와 강도의 차이를 얘기하며 절도범들에게도 나름의 불문율같은 규칙이 있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과장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현대 보안의 허점(또는 맹점)을 잘 파고드는 것같은 묘사도 그런 느낌이다. 이런 것들이 이 소설을 그럴듯하면서도 재미있게 꾸며준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꽤 완성도있게 괴도 소설을 잘 만들어낸 셈이다.

거기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솜씨 역시 좋다. 때론 무거운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가볍게 써내려 가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데다, 속도감있는 전개가 꽤 흡입력도 있어서 독서 경험이 좋다. 따지자만 전형적인 클리셰들을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만, 이야기 구성이 괜찮아서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편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화로 봤을 때는 의외로 아쉬움도 많이 느꼈었는데, 소설로 볼 때는 그런 게 훨씬 덜 느껴지는 점도 좋다. 그만큼 이야기를 소설에 맞게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날 때 대놓고 후속작에 대한 떡밥을 깔아놓기도 하는데, TV드라마로도 만들어질만큼 인기를 끈 시리즈물이 된 만큼, 다음권에선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