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요이 사요코(弥生 小夜子)’의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風よ僕らの前髪を)’은 어떻게 보면 좋고, 어떻게 보면 아쉬운 미묘함을 가진 소설이다.
소설은 마치 전형적인 탐정 소년물의 일종인 것처럼 시작한다. 탐정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는 화자를 주인공으로 가까운 사람이 던진 의혹 뒤의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게 꽤나 명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일종의 퍼즐 풀이가 될 것처럼 생각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은지 얼마 안되어 이 소설은 전혀 그런 부류(본격 추리 소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초반부에 사건의 전모를 거의 파악할 수 있을만큼 속된말로 뻔하기 때문이다. 대신 여러 사건들이 왜 일어나게 되었으며 거기 연관된 인물들 각자의 사연은 무엇이고 그들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꽤나 신경써서 그렸다. 그래서 소설은 조금은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사회파의 느낌이다.
사회파 소설들이 때론 미스터리를 거의 맥거핀처럼 소비하기까지 하는 것처럼 이 소설도 미스터리를 그리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대놓고 중간 채점같은 짓까지 해서 좀 김이 새게 만들게까지 한다.
그렇다고 완전 사회파식으로만 이야기를 짠 것도 아닌게, 사건의 전모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지만 그 세부요소들은 변주의 여지를 남겨두고는 의외로 끝까지 궁금하게 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게 보면 본격 추리물적인 부분과 사회파적인 부분이 적당히 섞여있는 것처럼도 보인다만, 조금 다르게 보면 본격 추리로서의 맛도 흐릿하하면서 그렇다고 사회파처럼 제대로 된 비판이나 메시지를 담지도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안좋았던 것은 인물의 감정 묘사가 안좋다는 거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하고많은 선택 중에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가 잘 납득이 안된달까.
특히 주인공이 그러해서, 도통 그의 행동과 생각에 이입을 할 수가 없다. 그가 독자와 가장 가까운 인물인만큼 가장 상식적이어야 하건만 오히려 가장 이해할 수 없어 몰입을 해친다. 적극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것도 아니고, 정의감이 투철하거나, 하물며 같은 아픔 따위가 있어 동조하는 인물도 아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보여주기 위한 열차와 같은 인물이라 독자를 이야기와 그 속 인물들의 감정에서 동떨어져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