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마루 가쿠(薬丸 岳)’의 ‘어느 도망자의 고백(告解)’는 사실감있는 범죄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사회파 소설이다.

표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금 의미가 축소된 느낌이 있는 한국어판 제목과 달리, 원제는 꽤나 이 소설의 겉과 속을 실로 잘 표현한 것이다. ‘고해’란 한국어판의 제목처럼 일종의 감추었던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고백일 수도 있고, 마음의 짐을 털어놓기 위한 일종의 의식같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여러 측면에서의 고해를 실로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이야기가 좋았다는 것을 넘어서서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며, 무엇을 생각해보게 하려는 것인지가 잘 드러나고 심지어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케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야기는 한 전도유망하다 할 수 있는 청년이 한 순간의 잘못으로 범죄자로 전락하면서 시작한다. 이 범죄의 설정부터가 굉장히 좋았는데, 소설 속 ‘쇼타’가 저지르는 범죄는 기존의 것들보다 훨씬 일상적인 삶의 그것과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는 반걸음의 차이만으로 소설 속 쇼타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 현실감은 쇼타가 겪게되는 이야기 역시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쇼타가 단지 한순간의 잘못을 했을 뿐, 그 후로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보다보면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며 ‘제발’하게 되는 여러 장면들은 그만큼 인간의 나약한 심성과 상황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면모를 잘 담고있어 사실감을 높여준다. 사건 후 쇼타가 겪게되는 일 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은 또한 주제를 강조해주는 역할도 한다. 속죄란 것이 그저 한때의 말이나 법적인 절차 따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그 한 예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있는 공통적인 정서, 정의 같은 것을 잘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쇼타를 비롯해 그의 가족, 연인, 그리고 그로인해 생겨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잘 엮어, 상당히 볼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솜씨도 좋다.

분명한 목표를 갖고 쓴 소설인만큼 다소 뻔한 면도 있지만, 그것 역시 마음에 드는 것이라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