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시(たかし♂)’의 ‘이래서 게임 만들기는 그만둘 수 없어(これだからゲーム作りはやめられない!)’는 게임 크리에이터의 삶을 적당한 판타지로 그려낸 만화다.

표지

결론부터 말하면 좀 애매한 만화다. 긍정적인 부분을 살려서 유쾌하고 멋진 면만을 부각시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격하고 진지하게 업계의 실상을 그려낸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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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가볍게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만화의 이곳 저곳에는 꽤나 현실적인 내용들이 잘 담겨있긴 하다. 개중엔 ‘이런 걸 안다고?’ 싶은 것도 있어서 혹시 저자가 관련 경험이 있어서 그걸 담아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때때로 업체의 잔혹함을 담아낸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나, 관련자들 사이에서나 통할법한 농담을 그린 장면에서 이건 특히 더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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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실상은 제대로 모르지만 지인들에게 듣거나 조사를 통해 알게된 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다. 미세하게 핀트가 어긋난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직장물로서 이 만화를 좀 애매하게 느끼게 한다.

이는 이 만화가 전적으로 직장만화로서 쓰인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로맨틱 코미디로써 그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극사실주의로 게임 회사의 어두운 일면들을 적나라하게 그렸다가는 로맨스고 코미디고 뭐고 없게 되기 때문에, 이런 장르들을 섞기 위해 그것을 적당히 희석시켰다는 말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장점일 수도 있지만 또한 그 못지않게 단점이기도 하다.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나, 실제를 벗어나 말 그대로 대충 얼버무린 느낌도 들게하기 때문이다. 이게 이 만화를 ‘적당한 판타지로 그려냈다’고 하는 이유다.

이런점은 또한 이 만화를 장르적으로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직업물로서는 너무 미화하는 부분이 많아 해당 직업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로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너무 업무 얘기가 많아 로맨스의 함량이 적어서다. 애초에 게임 회사와 로맨스라는 것부터가 좀처럼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조합이기도 하고.

차라리 한쪽에 집중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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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쪽 분량이 많다보니 업계용어 등도 꽤 많이 등장하는데, 그래서 번역과 편집도 좀 마뜩잖은 것이 많았다. 틀린 것은 아니나 ‘이런 용어를 써?’ 싶은 것도 있고, 미묘하게 정확하지 않은 설명들이 걸리게 만들기도 해서다.

일반인을 위해서인지 게임 업계쪽을 몰라도 게이머라면 충분히 알만한 것들에도 주석을 다는가 하면, 반대로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 같은 용어에는 주석을 달지 않는 등 주석을 다는 것에 기준이 없어 보이는 것도 좀 그렇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관련 지식을 갖고있을지 확신할 수도 없는데, 애매하다면 일단 달아두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일종의 대리체험을 선사하는 직장물이라면 주석에 인색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