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père)’의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La Reine Margot)’은 영화로도 유명한 마고 왕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표지

이 책은 프랑스 샤를 9세 시대에 있었던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학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천주교와 개신교간의 종교전쟁이 주요하게 등장하고, 권력을 갖기 위한 정치 싸움이라던가, 그 안에 여러 인물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음모와 사랑을 그렸다.

삼총사 등 역사 소설로 워낙 유명한 작가라 그런지, 이 작품도 꽤 수준급이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거기에 픽션을 섞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낸다. 보통 픽션을 섞으면 역사를 기반으로 한 온전한 픽션이 되거나 역사 속에서 픽션 부분이 튀는 경우도 있는데 작가는 실제 역사와 가상의 설정이 위화감 없게 어우러지도록 잘 섞어냈다.1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자칫하면 지루해지기 쉬운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각색을 잘 한 편이다. 처음부터 재미를 위해 창작한 거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덕분에 낯선 프랑스의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그건 단지 역사적인 내용 뿐 아니라 로맨스 등 여러가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막장 요소도 그렇다. 이 책에도 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막장 요소가 꽤 눈에 띄는데, 당장 정략결혼이라지만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것부터가 그렇다. 재밌는건 이런 요소들이 단지 흥미를 돋구기 위해 무리하게 추가한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의외로 따져보면 당시나 관련 인물들을 잘 반영한 것이기도 해서 새삼 놀랍기도 하다. 넓게 보면 같은 가족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하는 짓들을 보면 참 왕가라는 것들은 다 갈데까지 간 인간들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래된 소설이라 그런지 예스런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문장력도 괜찮아서 읽기도 좋고, 역사 소설이라 딱히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소설과 비교해도 딱히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번역도 그렇게 나빠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제목은 좀 의아했다. 원제인 ‘마고 왕비’와는 전혀 다르게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권력을 가진 카트린느가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마고 왕비를 중점으로 한 이야기이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이미 ‘여왕 마고’2란 이름으로 나왔었는데, 굳이 그 원작 소설의 제목을 이렇게 내놓은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마감도 별로 안좋아서 중간 중간 오타가 눈에 띄고, 그게 문장을 잘 안읽히게 만들기도 한다. 오타는 심지어 원제 표기에도 있어서 ‘La Reine Margo’라고 마지막 ‘t’를 빼먹기도 했다. 유행을 타는 신작도 아니고 딱히 급하게 내야 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좀만 더 편집에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1. 다만 이건 내가 프랑스와 1도 연관이 없는 외국인이라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재미를 위해 왜곡도 서슴치 않았다고 하므로, 역사를 아는 프랑스인이 볼 때는 이상하거나 황당할 수도 있다. 한국인도 친일 매국노를 숨겨진 애국지사로 그리면 딥빡치잖아. 지금은 명작가로 이름높은 뒤마가 당시에는 대본소 작가같은 수준이었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2.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의 별명인 ‘마고’는 ‘마르고’가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그녀를 수식하는 표현도 그녀 자신이 즉위한 적은 없으므로 ‘여왕’이 아니라 왕녀, 그리고 ‘왕비’라고 해야 맞다. 이는 여왕 또는 왕비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Queen’을 ‘여왕’으로 단순 매칭해 해석하면서 벌어진 사단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