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레이디스(Ladies)’는 그의 초기 심리소설 열여섯 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표지

100주년을 맞이해 2020년 스위스에서 처음 출판된 이 소설집은, 저자가 젊은 시절에 쓴 심리소설들만을 모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직 리플리 시리즈 등으로 유명해지기 이전에 쓴 이야기들은, 그러고보면 조금 거친 느낌이 있는 것도 같지만 사람을 은근히 몰아가는 솜씨는 괜찮아서, 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꼽는 심리적인 묘사는 이미 꽤 초반부터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대중적인 것에 상관없이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써냈던 이때의 소설이 어떻게보면 좀 더 극적인, 그래서 다소 호불호도 갈릴만한 요소를 잘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나름 심리소설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의 색은 그렇게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어떤 것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느낌을 주는가 하면, 조금은 호러스러운 심리공포가 살아있는 것도 있고, 특정 시대의 사회상과 그에 대한 비판같은 것이 담긴 씁쓸한 이야기나, 크리쳐물로 봐도 괜찮을만한 생리적인 혐오와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도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 ‘달팽이 연구자’였는데, 아무래도 ‘이토 준지’의 걸작 호러만화 ‘소용돌이’를 통해 달팽이나 그와 유사한 점액질의 연체동물에 대한 생리적인 거부감과 혐오감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만들어진 충격과 공포는 이 단편을 더욱 끔찍한 무언가로 느끼게 했다.

그렇게 두껍지 않은 책에 무려 열여섯편이나 실려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수록작들은 모두 어설픈 것 없이 짧막한 진짜 단편들인데, 이야기의 구성이나 완결성은 좋아서 어느 것도 나쁘지 않다.

꼭 저자의 팬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좋아한다면 읽어볼만한 괜찮은 단편집이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