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망틴 에르피쿰(Clémentine Erpicum)’이 쓰고 ‘카앗(CÄäT)’의 삽화를 담은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Le chien tête en bas: 45 histoires d’asanas)’는 신기한 요가 동작들을 신화를 통해 풀어내는 책이다.

표지

이 책은 요가 책은 아니다. 그래서 요가의 자세가 어떻다던가, 어떤 식으로 몸을 움직여 잡는지나, 각 자세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집어주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또한 인도 신화 책도 아니다. 각 장을 신화 이야기로 시작하고, 요가의 자세를 설명하기 위해 그를 인용하기는 한다만 창세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나 신이나 영웅의 일대기와 같은 신화 특유의 특징은 찾아보기 어렵다.1

이 책을 이루고있는 가장 큰 두가지 요소가 모두 이 책을 얘기하는데 부정적이라면, 이 책은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일종의 철학서라 할 수 있다. 요가의 다양한 자세들이 어디로부터 온 것이며, 그것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도 신화를 인용했는데, 저자는 개인적인 견해 중 하나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얘기했다만 애초에 각 자세의 이름이 신화의 것을 연상케하는 이름이기도 하고 저자가 신화에서 그런 자세를 만들게 된 것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잘 풀어냈기 때문에 꽤 설득력도 있다. 그래서 한국인에겐 의외로 낯선 신화에 진지한 고찰을 담은 것인데도 생각보다 술술 익힌다.

책을 보다보면 요가가 단지 몸을 다양하게 움직이고 뒤틀면서 유연함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얼마나 선인들의 고찰과 사상이 눅진하게 담겨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구성도 좋은 편이다. 연결성이 없어 이미 인도 신화를 접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나 재미가 좀 떨어지긴 한다만, 신화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매 장을 넘겨볼 때마다 새롭게 흥미를 돋구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서 자세와 철학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요가와 신화를 잘 녹여낸 삽화도 매력적이다.

아쉬운 것은 요가 자세를 두고 얘기하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자세 그림을 제대로 싣지 않았다는 거다. 글로 일부 설명을 하긴 한다만, 아무리 그런데도 그림으로 한번 보는만 할까. 신화 이야기가 끝나고 요가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자세 그림이 있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매 장마다 하게된다.

  1. 부록에서 조금 다루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