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오페라의 유령(Le Fantôme de l’Opéra)’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일종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일종의’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신비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비밀이나 어떻게해서 가능했던 것인지 등을 등장인물은 물론 집필자를 등장시켜 쫒게 만드는 등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나, 거기에 딱히 중요한 의미나 비중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대부분 사건 자체나 오페라의 유령이 갖춰야 할 분위기를 만드는데 쓰인다. 신출귀몰한 유령의 존재와 불가사의한 사건들은 공포스런 분위기를 꽤 잘 자아내며 오페라의 유령을 복잡한 면모들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주어 이야기를 신비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어느 정도는 판타지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오페라의 유령이 가진 능력과 그가 보여주는 활약 등이 실제적이기보다는 다분히 허구성을 갖고 있기에 더 그렇다. 이건 집필자라는 존재를 통해 현실로 끌어오려는 시도로도 (비록 재미있는 구성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사실감이라는 부분에서는) 끝내 극복되지는 않는다.

소설은 충분히 단숨에 읽어내려갈만하고, 흥미로우며, 재미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성도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대답하긴 어렵다. 설명이나 서사가 부족해 비어있게 느끼게 하는 부분들도 꽤 여럿 있고, 캐릭터성이나 감정 묘사가 부족해 그렇게 잘 이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로맨스 측면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심지어 쓸데없는 부분들도 눈에 띈다. 마치, 글자 수에 따라 원고료를 받기에 분량을 늘리려고 억지로 붙여놓은 듯한 부분은 이 소설이 어째서 완성도가 떨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여러 장르의 특징을 조합해서 구성을 상당히 잘 했다. 비록 완성적이지는 않으나 주요 캐릭터도 잘 구성해서 캐미가 좋다. 부족해 보인다고 했던 부분도 그냥 그대로 단점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하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점은 이 소설이 어째서 소설 그 자체보다는 뮤지컬로 더 유명한지를 짐작케 한다. 유령을 과거 그를 질투한 극단원에게 배신당해 불속에 던져졌던 천재 배우이자 감독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크리스틴’은 사실 겉과는 달리 추악하고 이기적인 기회주의자는 아니었을까. 만약 ‘크리스틴’이 정말로 순수한 사람이어서 유령의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면 어땠을까. 신출귀몰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지고 시체냄새를 풍기며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에릭’이 혹시 구울이나 뱀파이어같은 이형의 존재였다면? 해석과 변형, 연출의 여지가 많다는 점은 절로 수많은 개작들이 뒤따르게 한다. 그리고 과연 그 유명한 뮤지컬은 어떤 식으로 완성되었을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프랑스어 원서를 직번역한 완역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문장이 상당히 깔끔한 편이다. 중역본에서 있기 쉬운 어색한 문장이나 언어(말투)가 섞여있는 듯한 느낌이 없다.

아쉬움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으므로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