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르크 로셰트(Jean-Marc Rochette)’가 그리고 ‘이자벨 메를레(Isabelle Merlet)’가 채색한 ‘늑대(Le Loup)’는 한 양치기와 늑대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표지

작가의 전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의외로 익숙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좀 다르긴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높고 그렇기에 험난한 산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가스파르’는 비록 그곳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산타기를 즐긴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가 눈까지 쌓여 더욱 위험해진 겨울 산을 오른 이유는 오로지 늑대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 때문이다.

양치기인 그에게 양을 습격하는 늑대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존재, 산이라는 영역을 두고 서로 다투는 적과도 같다. 그런 그도 차마 자신이 죽인 암늑대가 남긴 어린 늑대까지는 쏴 죽일 수 없었는데, 그 늑대가 자라서 그의 양떼는 물론 사랑하던 개마저 죽게 만들자 모든 것을 걸고 늑대를 뒤쫓은 것이다.

그러나 늑대 사냥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늑대가 얼마나 영특한지 그의 사정거리를 알고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 안쪽으로 빨려들어가다, 결국 그는 겨울산이 내린 시련을 받는다.

늑대를 소재로하고 있으나, 이야기는 거의 가스파르의 이야기를 그린 것에 가깝다.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서 중얼거리는 그의 혼잣말 등을 통해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왜 이렇게 늑대 사냥에 집착하는지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하며, 무엇보다 늑대와 그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그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러 연속된 사건들을 통해 얼핏 그와 늑대는 서로 증오하는 적이며 결코 공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여주었다가,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심지어 이미 그들이 서로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겪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함으로써 둘의 관계를 해소하는 드라마를 꽤 잘 짰다.

잘못하면 너무 극적이어서 좀 느닷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중간에 거대한 자연에 휩쓸리며 여러가지를 뒤돌아보고 생각하게 한 것이 완충역할을 해서 꽤 그럴듯한 전개로 보이게 하며, 자연과 인간의 화해로도 느껴지기에 은근히 감동적이다.

번역은 그래도 무난하다 할만하나, 썩 자연스럽지는 않다. 특히 대화가 그러해서, 만약 이 만화가 자연 속에서 홀로 늑대를 추격하는 독백 위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다소 부정적이었을 듯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