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 고에민(Aude Goeminne)’이 쓰고 ‘안 로르 바루시코’(Anne-Laure Varoutsikos)가 삽화를 더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Les Héros de la Mythologie)’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인물 중심으로 재미있게 엮어낸 책이다.

표지

각색을 통해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가진 소설로 다시 써낸 것이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으로 엮는 대부분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신과 영웅들을 중심으로 신화를 다시 짜집기 했는데, 이게 신화를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관련된 이야기를 한번에 훑어볼 수 있는데다, 해당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전후 이야기가 확실한 서사를 들려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신들의 계보와 서사시의 분류같은 개략적인 것들부터 소개하고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이 책은 또한, 신화의 각 에피소드는 물론 그 특유의 형식과 방대한 분량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서사시까지 핵심 내용을 잘 요약해 담은 것도 좋아서, 신화를 전체적으로 가볍게 훑어보기 좋은 책이 되었다.

각 인물들을 소위 명화에 그려진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은 굉장한 솜씨의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고, 실제 역사와 현대 문화에 영향을 끼친 것을 덧붙여 놓은 것은 신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며 그것이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또 이용하는지) 알 수 있어 재미있는 읽을거리이다.

과거의 명화와 유물, 현대 문화의 사진을 함께 수록했지만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는데, 코믹한 카툰으로 책 곳곳을 채우면서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로 만들어낸 게 거기에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참 편집과 구성이 참 멋진 책이다.

아쉬운 것은, 아프로디테에게 ‘제우스의 부인들’ 표시가 달리는 등 오류가 있다는 것과, 내려오면서 변용된 다른 버전까지는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다는 거다. 판도라의 ‘희망만이 남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실은 것도 그 하나다.12 가벼운 책인만큼 신화를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깊이가 좀 아쉬울 만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판도라가 상자를 열면서 온갖 안좋은 것들이 세상에 풀려나오게 되었지만 급하게 닫아서 희망만은 상자에 남아, 괴롭지만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맞는 헛소리다. 희망은 결국 상자에서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말이 되려면, 세상이 부정한 것들로 가득찬 희망마저 없는 곳이 되었다고 했어야 했다. 

  2. 널리 알려진 것이 너무 황당해서, 개인적으로 판도라는 신들의 순수한 선의에 의한 존재였고, 상자 역시 온갖 복을 담은 것이었는데,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그것들을 날려버리고, 그래도 희망만은 남겼다는 버전을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