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돼지의 낙타’는 무동이라는 변두리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인간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참 독특한 소설이다. 특히 서술 방식이 그렇다. 이야기는 대략 경수네 식구에서 시작해 그로 끝을 맺으며 세부적인 것들도 그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내내 그 이야기만을 주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여러 가게를 해나가며 만나는 사람들이나 정착해 살게된 무동이라는 곳에 사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모두를 비슷한 무게로 다루기 때문에 이야기는 점점 커지고 길어지며 또한 복잡해진다. 그게 때로는 이야기가 줄기에서 새어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며, 그래서 전개가 좀 두서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도 좀 미묘하다. 나름 현실적인 공간과 인물 설정을 했나 싶은데 막상 그들의 이야기 자체는 썩 현실적이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사는 물론 입을 열어 뱉어내는 이야기까지 모두 어딘가에 거짓이 숨어있는 느낌이다. 당장 책의 제목인 마리의 낙타의 돼지 이야기부터가 그렇다. 이것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작고 사소한 거짓말을 문득 뱉었다가 그 거짓말에 이런 저런 살을 덧붙이면서 이야기 자체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를 띈다. 마치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같달까.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종잡을 수 없고 한편으론 황당하기도 하면서도, 흥미롭고 또한 재미있기도 하다. 그 거짓말같은 이야기에는 진실이 구분할 수 없게 섞여있기도 한데, 그것이 더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것들은 작가가 끝까지 어떤 설명같은걸 내놓지 않고 모호하게 놔두기도 하는데, 애초에 동네 이름부터가 없다고 해서 무동(無洞)인 것도 그렇고, 작가가 어느 정도는 의도한 것 같기도 하다.

경수네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도 뛰어다니는 소설은 마치 소위말하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마구잡이로 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는 한편 그렇게 넓게 퍼져나간 모든 사람들의 사연들이 중심인 경수네 이야기와 연관을 보이기 때문에 묘하게 잘 짜여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결국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모든 사건들이 너무 많은 우연이나 사소한 행동들이 겹침으로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들은 그 이전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던 걸 어느정도 설명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너무 맞아 떨어져서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두서가 없어 보이는 것은, 때로 이야기의 전후가 뒤섞여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제의 가족관계나 과거 인연의 등장 등이 그렇다. 이게 얼마나 갑작스러웠는지, 내가 뭘 놓쳤나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이와 연관된 이야기는 뒤에 프리퀄처럼 나와 앞에서 풀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소해주는 역할도 하고, 그렇기에 더 흩어졌던 퍼즐 조작이 맞춰지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구성에는 조금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글 자체는 흥미롭게 잘 써서 보는 내내는 꽤 재미있었다. 하지만 기존에는 잘 보지 못했던 방식이라 보는 내내 소설을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쉽게도 어떤 의미나 의도를 위해 이런 전개 방식과 이야기를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