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나 마티안젤리(Susanna Mattiangeli)’가 쓰고 ‘리타 페트루치올리(Rita Petruccioli)’가 그린 ‘마티타의 너무 수상한 비밀 일기(Appunti, cose private, storie vere e inventate di Matita HB)’는 제목처럼 정말 톡톡 튀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책이다.

표지

노벨문학상을 노리는 열 살 소녀 마티타는 정말이지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다. 집에서의 어찌보면 지루하기 짝이없는 일상도, 매일 반복되는 학교생활도, 심지어는 그저 유유히 흘러가는 하늘마저도 이 애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이 얼마나 뼛 속 깊이까지 박혀있는지, 일어나는 것부터가 남다르다.

그렇다고 단지 자잘한 현상들을 엉뚱하게 해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에 의미를 붙이고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도 대단하며, 때때론 굳은 상식을 벗어난 진행을 보여 신선하고 또 묘하게 웃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들이 죽 이어지지도 않으며 괴상하고 때론 난해한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 나열한 이 일기를 꽤나 괜찮아 보이게 만든다.

그림도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마티타의 상상에 적절하게 과장을 섞어 두드러지게 하며, 때로는 일종의 리액션 역할을 하기도 해서 이야기가 가진 엉뚱함과 해학을 더 살려주기도 한다.

책속의 책인 ‘파워캣’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설정이 꽤 좋아서 기회가 된다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기도 했다.

팬인 작가에게 연락한다는 것은 꽤나 다른 소설을 떠올리게도 했는데, 이것도 결국엔 마티타의 이야기답게 마무리한 것 같다.

어떤 일, 어떤 사건을 만나도 거기에 더 한 상상을 덧붙이는 마티타의 개성이 끝까지 살아있는 것이나, 이야기로 시작해 이야기로 끝맺는 것도 나름 통일성이 있어 좋았다.

아쉬운 것은 번역이 썩 매끄럽지 않다는 거다. 작품에 언어 유희가 많아서다. 당장 마티타를 칭하는 여러 별칭 부터가 그렇다. ‘마티타 HB’이니 ‘연필’이라고 하는 것 부터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서는 잘 와닿지 않는 얘다.

앞으로도 어색하고 뒤로도 이상한 ‘뒤집어 놓은 시’도 그렇다. 과하게 ‘초월번역’을 욕심내다 ‘발번역’이 된 경우도 많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이렇게 번역하는 것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가끔 어색해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번역한 것 같기는 하나, 그 덕에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좀 바래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