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기억 1’은 기억 이식과 삭제라는 SF적인 소재를 이용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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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는 한 뇌과학자이다. 그는 기억을 삭제하거나 이식하는 연구에서 얼마 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며 일약 학계의 스타가 된 인물인데, 시간이 지나도 살인범에 대한 분의가 사라지지않고 심지어 경찰의 사건 수사마저 별 진전이 없자 자신이 자랑하는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기억을 파헤쳐 살인범을 찾아내고자 한다.

기억을 마음대로 삭제하거나 심지어 이식까지 할 수 있다는 얘기는 꽤 고전적인 SF 소재다. 그러나, 그렇다고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처럼 여겨지던 것은 옛말로, 뇌 활동과 관련된 연구들을 통해 여러가지 방식으로 입출력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있는 현재로서는 조만간에라도 성공했단 결과를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현실감있다. 기억 삭제와 이식이 언제 어디에서든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느정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 덕에 이 SF적인 소재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별 이질감 없이 잘 섞여있다.

이야기를 주로 범인을 쫓는 뇌과학자 입장에서 그렸기 때문에 이입도 잘 되는 편이다. 거기엔 가족 살해범에 대한 분노라는 것이 누구든 쉽게 공감할만한 것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

유효한 기억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고 그를 병원으로 유인해 기억을 이식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매끄럽다. 물론 어떻게 보면 너무 아구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나, 반대로 그 덕에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장점이 더 커보였다.

사건을 조금씩 풀어내면서 범인을 쫒아가게 하며 은근히 미묘하게 어긋나는 듯한 떡밥을 남기는 것도 다음에 어떻게 이어질지를 흥미롭게 한다.

다만, 그렇게 형성해논 미스터리 중 하나를 너무 쉽게 풀어버리기 때문에 아직 2권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좀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쉽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