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애슈턴(Edward Ashton)’의 ‘미키7(Mickey7)’은 우주개척과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감출 필요가 있으랴.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의 원작 소설이라는 것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봉준호의 이전 작들이 작품성은 물론 재미까지 갖추고 있었던 바, 그가 영화화 한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검증이 된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작품을 선정하고 영상화하는데 꽤나 괜찮은 수준을 보였던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가 초고를 완성한 상태에서 옵션 계약을 했었다는 것도 역시 긍정적이다.

다행히도 소설은 그런 기대감은 전혀 배신하지 않았다. 과학적인 상상력과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진지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SF 팬은 물론 SF적인 설정의 가벼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만족할 만하다.

당장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부터가 꽤 흥미롭다. 기억을 업로드,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를 통해 만들어진 다음 순번의 자신은 과연 이전과 같은 자신이라 할 수 있을까. 만약, 지금의 자신이 아직 존재할 때 다음 자신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둘 중 누가 이전의 자신과 연속성이 있는 진정한 자신일까.

남들이 보기엔 얼핏 영생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 ‘익스펜더블’은 사실 이미 기존 작품에서도 거의 똑같이 등장했었기에 전혀 신선하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그를 우주개척의 소모품으로서 다루는 방식이라던가, 프린터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식의 설정 등이 잘 묘사되어 기존의 것과는 차별점을 보인다.

이야기 중간 중간 ‘미키7’의 입을 통해 전해주는 인간들과 우주 디아스포라 역사 역시 그럴듯하게 잘 설정되어있어 흥미롭다. 미키를 역사가로 설정하고 현재의 것과 맞물리며 연상되게 함으로써 이야기를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도 좋았다.

그들이 개척을 위해 도착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미키7의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테세우스의 배’ 문제로 유명한 동일성 문제 같은 것을 별로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몇몇 요소에서 이미 정답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인데다, 그걸 생각할 새 없이 바쁘게 굴려지는 주인공과 달리 독자가 소설을 읽으며 자연히 생각해보게 하기에, 그게 그렇게 단점처럼은 느껴지지 않으며 덕분에 철학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에도 괜찮은 이야기 됐기에 오히려 긍정적이다.

이야기의 마무리도, 좀 쉽게 풀어낸 감이 없지는 않으나, 나쁘지 않다.

비교적 초반에 영상화가 진행되었지만, 소설은 다분히 소설이기에 적절한 서술적인 면을 많이 띄고 있는데, 과연 이게 어떻게 각색되어 영상화가 되었을지 사뭇 궁금하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