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마하타 나오키(沼畑 直樹)’와 ‘시모죠 미오(下条 美緒)’가 만들고 ‘하치(hachiii / はち)’가 일러스트를 그린 ‘미니멀 밥상(ミニマルごはん: 食材も作り方も器もすべて最小限のシンプルキッチンライフ)’은 가볍고 간단한 미니멀리즘 요리를 담은 책이다.

표지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란 최소한의 것으로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미니멀 밥상은 그 철학을 요리로 실천하는 방법과 그를 위한 레시피를 담은 것으로 최소한의 재료와 조미료를 이용해 만들기 쉬우면서도 계속 먹을 수 있는 담백한 요리를 추구한다.

그래서 먼저 제안하는 것은 ‘적은 그릇 쓰기’다. 적으면 1개, 많아도 3개 이하로만 사용해서 같은 그릇에 덜어먹으면서 설거지 거리를 최소화 하는거다. 이렇게하면 여러 음식을 먹을 경우 맛이 섞이기는 하지만, 그게 너무 이질적이지 않다면 오히려 감칠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책에 실린 레시피들도 대부분이 채소 위주의 음식과 반찬이라 그렇게 먹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맛을 내기 위한 재료도 (저자가 추구하는게 일식이므로) 간장, 일본 된장, 청주, 식초, 올리브유, 소금, 설탕, 육수 정도다. 가짓수로만 보면 생각보다 많아 보이는데, 일반 요리를 할 때는 요리마다 각기 다른 조미료를 사용한다는 걸 생각하면, 대부분의 요리에 이 정도의 조미료만을 이용한다는건 큰 장점이다. 구매 부담도 적고, 꾸준히 쓰므로 먹지않아 버리게 되는 일도 없어 1석2조다.

미니멀

레시피도 간단해서 15~20분이면 조리할 수 있어 보인다. 이는 요리에 미리 준비한 육수나 ‘밑반찬’을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밑반찬은 채소를 데친 후 가볍게 양념을 한 간단한 것으로, 밥 먹을 때 반찬으로도 먹을 수 있고, 요리할 때 재료로도 쓸 수 있어 유용해 보인다. 채소라 건강한 식단을 꾸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미니멀 요리라 하면 간단한 주식 몇가지를 돌려먹을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요리와 반찬을 소개해서 여기서 얘기하는 것들만 만들어 먹어도 딱히 지루할 것 같지는 않다.

레시피를 상황이나 목적에 맞춰서 소개하는 것도 꽤 괜찮고, 미니멀 키친라이프를 위한 다양한 팁들도 유용해 보인다. 다만, 일식 위주라 한국 사람에겐 일상식 같지만은 안아 보인다는게 조금은 아쉽다. 한국의 요리 연구가가 비슷한 책을 낸다면 어떤 요리들이 담길지 궁금하다.

26 27

종이책은 사진과 레시피, 부가 설명이 깔끔하게 편집되어 담겨있다.

26e 27e

전자책은 내용 위주고, 레이아웃도 보는 방식에 따라 쉽게 깨진다.

책은 종이책 뿐 아니라 전자책으로도 나왔는데, 종이책이 요리 사진과 요리 소개 글, 그리고 레시피가 서로 잘 어우진데 반해 전자책은 그것들이 따로 흩어져있고, epub의 특성상 페이지 레이아웃이 깨지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 좋지는 않았다.1 그래도 전자책의 경우 링크를 통해 참고 레시피를 바로 볼 수 있는 등 편의성은 좀 더 있는 편이다. 그래도 깔끔한 편집과 보기 좋은 레이아웃을 원한다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택하길 권한다.

  1. pdf였다면 이런 문제는 좀 덜했겠지만, 전자책 포맷은 개인마다 호불호가 크므로 어느쪽이 낫다고 하긴 어렵다. 참고로 나는 epub 선호파다. epub의 레이아웃 문제도 어디까지나 종이책을 기준으로 해서 생기는 것이지, 새로운 편집 방식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스크롤 방식의 블로그 글을 보면서 이상하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