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에스테브(Julie Estève)’의 ‘꼬리박각시(Moro-sphinx)’는 한 여인의 고독하고 암울한 삶의 일면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새삼 표현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그만큼 이 소설은 기묘하고, 여러가지가 뒤엉킨듯 복잡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않을 만큼 난해하다.

주인공인 롤라부터가 그렇다. 사람과 사랑으로부터 상처입은 그녀는 그 때문에 절망하고 자신을 함부로 하며 또한 그로부터 야기된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상처입힌다.

그녀는 그를 위한 방법으로 가장 원시적인 것, 오로지 자기 자신만으로 할 수 있는 행위를 이용한다. 그녀의 상처 때문에 얼핏 방황하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그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고 상대로부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일종의 창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 그녀가 노골적인 유혹을 풍긴다는 점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그런 행위나 묘사들이 이 소설을 마냥 관능적으로만 보이게 하지는 않는다. 그 사이사이에 드러나는 암울함들이 그보다 더욱 짙기 때문이다. 그게 그녀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던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이해할 수 없음이 더 짙다. 그녀의 과거나, 버림받은 경험 등을 생각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은 선뜻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음의 안정을 찾을만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마치 그런것에 알레르기라도 있는 것처럼 히스테리를 부리고 망가뜨리는 것에는 절로 의아함이 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돌고 도는듯한 이야기는 그녀가 빠져버린,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를 더욱 강화해서 보여주기는 하나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알 수 없기에 소설은 현실적인 일상을 담았다기보다 정신질환을 가진 특수한 사람의 기행을 담은 것 같아보이기도 한다. 그게 그녀의 행위—특히 산도쿠를 이용해 심장을 찌르는 살인 행위—가 진짜 현실인지 아니면 불안정한 그녀가 꾸는 망상이나 꿈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문장도 내용도 생각보다 난해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