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머버그(Julie Merberg)’가 쓰고 ‘미셸 브러머 에버릿(Michéle Brummer Everett)’이 그린 ‘남자아이를 위한 첫 성평등 그림책(My First Book of Feminism for Boys)’은 남자아이에게 전하는 페미니즘을 담은 그림책이다.

표지

과연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았을지 궁금했다. 이 책이, 사회화를 통해 문화처럼 퍼져있는 성차별 의식을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학습하게된 경우가 많은 어른들이 아니라 아직 그러한 의식이 자리잡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런 아이들을 위한 성평등 책이라면 특정 성의 권리 주장이나 의식 개변을 위한 게 아니라 근본적인 성평등이란 무엇인지를 더 쉽고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담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그러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이 아닌) 원제가 뭐였는지를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정확하게는 남녀간 성평등이 아니라 여성을 위한 권리 운동 즉 여성의 권리 향상으로 성평등을 이룩하겠다는 페미니즘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좀 이상해 보이는 지점이 많다. 다소의 성차별 문화도 함께 답습한 어른들이 아니라 이제 막 인격을 형성하려는, 성평등이란 무엇인지부터를 알아가려하는 아이들마저 이미 어떤 성향을 가졌을 것이라고 가정하고서 그 편향된 시각하에 이래야 돼 이러면 안돼라고 하는 게 마뜩해 보이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성이라는 것이 어떤 판단 기준이나 차별의 이유가 돼서는 안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콕 집어 여성에게 잘 하라는 식으로 쓰여있는 것도 마뜩잖다. 그럼 남자에게는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여성만을 중점에 두고 치우쳐진 내용은 오히려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어 보인다.

몇몇 행동 원칙에 붙여놓은 이유도 이상하다. 너를 낳아줬으니 당연히 엄마를 존중해야 한다니. 세상엔 개차반인 부모도 얼마나 많던가.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소유물처럼 굴고 학대 하더라도 단지 그것만으로 존중해야 하는가. 월급도 남자든 여자든 모두 똑같이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같은 역할을 맡고 같은 일을 하는 경우에는 차별없이 받아야 하는거지, 사무직과 위험수당이 있는 현장직처럼 하는 일이 다르다면 설사 동성일지라도 월급 역시 다른게 마땅하지 않을까.

일반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얘기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끼어있는 이런 이상한 내용들은 책을 전체적으로 동감하기 어렵게 한다. 이걸 진짜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될까.

여성의 권리가 낮았을 때 페미니즘이란 한쪽에 쏠린 이름을 붙이고 여성권 향상을 위한 일들만 벌였던 것도 어느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 궁극에 있는 게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양성평등이라면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세대를 위한 책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왜 자신의 편향을 굳이 애써 물려주려고 하나.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