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자 이야기’는 ‘아리시마 다케오(有島 武郞)’와 ‘오가와 미메이(小川 未明)’의 대표작을 모은 동화집이다.

표지

한국과 일본은 근대의 기억때문에 서로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서로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은 기묘한 관계이기도 하다. 소위 ‘까’ 뿐 아니라 지나친 친일파라 할 정도인 ‘빠’도 많다는게 그 단적이 예다.

그건 서양 뿐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주변에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유독 일본의 문화와 감성이 한국인의 그것과 잘 맞아서 그렇다.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네 이야기같고, 그래서 쉽게 감정이입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1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 역시 그렇다. 동화이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인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이 중요하고, 그래서 그게 어긋나면 ‘대체 왜?’ 싶으면서 갸우뚱 하게 되는데 이 책에 실린 동화들엔 그런 점이 거의 없다.

특히 아이들의 일화를 그린 ‘아리시마 다케오’의 동화들은 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 대다수가 겪어봤을법한 감정이나 상황을 그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맞아’ 혹은 ‘나도 그 비슷한 적 있어’ 싶은 기억을 끄집어낸다.

선과 악 어느 것에도 치우쳐있지 않아 오히려 어느쪽으로든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에는 곱씹으며 쓴맛을 느끼기도 하는 아이 특유의 감정 묘사도 잘 했다.

마치 어렸을 때의 실제 경험을 그린듯한 이 이야기들은, 대신 보통의 동화라면 품고있을 깨달음이나 교훈 같은 면이 좀 덜한 편이다. 끝도 (경험담이 대게 그렇듯) 똑 부러지게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는 그와 정 반대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신화나 우화의 모습을 한데다, 끝맺음도 확실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것도 좀 더 뚜렷하다.

책에는 비록 대표작 몇개만 실려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작가들의 매력이 전해진다. 기회가 있으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1. 실제로, 무려 기원전 400년(소위 고조선 시대)에 갈렸다고는 하지만, 일본인은 과거 이주한 한국인의 후예라고 한다. 홋카이도 아이누인이 조선의 농업 기술을 배워 남으로 퍼진 것이 아니라, 농업 기술이 있던 조선인이 규슈로 건너가 자손을 낳으며 북으로 진출했다는 얘기다(일본에서 믿고 싶다는 얘기가 연구 결과와 거의 정 반대라는 점이 재밌다). 일본인이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비슷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당연히 이는 문화적으로 유사한 것 역시 어느정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