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해밀턴(Edith Hamilton)’의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Mythology: Timeless Tales of Gods and Heroes)’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정수를 담은 책이다.

표지

어쩌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일 수도 있다. 신화를 담은 책이라고 의례 떠올리는, 소설처럼 재구성해 쓰인 일종의 이야기책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특정 시인의 것만을 인용했다거나, 저자가 자기 나름의 해석으로 재창조해 일관된 묘사와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어떤 시인은 이렇게, 다른 시인은 저렇게 얘기했다며 여러가지를 비교하며 보여주기도 한다.

어떨 땐 저자가 자신이 이제까지 파악한 신화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또 어떨 땐 고전에서 선정한 시의 일부나 신화의 서사를 거의 가져와 싣기도 했다.

이런 여러가지 방식과 내용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이 책은 형식없이 자유롭게 쓰인 느낌이다. 그래서 ‘신화 소설’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다. 묘사를 더해 소설화를 하지 않은, 내용과 서사만을 담은 줄거리 위주로만 이야기를 다루기에 더 그렇다.

대신, 여러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관점이라던가, 신화를 어떻게 소비했었고, 또 반대로 사회의 변화가 신화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등도 엿볼 수 있어 신화를 폭넓게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흥미롭게 볼 내용이 많다.

이번 개정판엔 초판 발행 80주년을 기념하여 100점의 명화들을 컬러로 넣었기에 더 그렇다. 신화 속 인물과 장면을 훌륭하게 그려낸 그림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또한 당시의 신화에 대한 해석이 어떠했는지도 엿볼 수 있어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유의미한 비교거리가 된다.

소설처럼 잘 짜여진 흐름, 세밀한 묘사, 신선한 해석 같은 것은 딱히 없지만, 대신 풍부한 분량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며, 신화와 사회에 대한 이해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볼만하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