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ぬるい眠り)’은 9개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2008년 소설집이다.

표지

2022년 리커버판으로 새로 출간된 이 책은,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쓴 작품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시기만 생각하면 꽤나 지난 작품들인데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처짐이 없으며, 부드럽고 잘 읽히는 문장은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있기도 하다.

작품집으로 모았다고는 하지만, 딱히 어떤 방향성을 생각하고 쓴 작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수록작들은 분위기가 서로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넓게 보면 인간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이라서 묘하게 일관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것은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같아서 보다보면 슬쩍 미소 지어지는 것도 있고, 마치 일상을 적당히 녹여낸 듯 별 다른 일이 없으면서도 꽤나 묵직한 공감이 가는 것도 있으며, 어떤 것은 복잡한 관계에 쉽게 이해할 수 없을만큼 독특한 감정들을 담아내 잠시 생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을 특정 이야기를 위해 소비하는 용도가 아닌, 실제로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법한 인물들로 만든다는 작가는 이 작품집에 이전작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이야기를 싣기도 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살고있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전작을 읽은 사람에게 반가울만하다.

수록작 중에는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 것도 있고, 생각보다 담긴 이야기가 많아 장편으로 느긋하게 풀어내도 괜찮을 것 같은 것들도 있다만, 모두 단편의 맛을 잘 보여주기에 지금으로서도 부족하지 않은 완성된 작품으로 읽힌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