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기담’은 옛이야기를 표방한 8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옛날 이야기는 참 신기하다. 막상 보면 뭐 별 대단한 건 없지만, 언제 어느때 들어도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묘하게 동화같은 측면이 있어서일까. 또는 어쩌면 어렸을 때 들으며 좋았던 기억이 남아서일지도 모른다.

옛날 이야기는 주로 구전되어와서 그런지 함축적인 경우가 많다. 완전하리만큼 세밀히 잘 짜여진 구성을 보이기보다는 주로 큰 얼개를 풀어내는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거기에 더불어 이야기 전개에 조금은 비현실적인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고, 대체로 감성적인 울림과 교휸적인 여운을 남긴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런 점은 동화와도 유사한 측면이 많다.

오정희의 기담도 모두 그런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현대인이 봐도 재미있게 쓰였으면서도 전형적인 옛이야기의 맛과 멋이 제대로 살아있어서, 보다보면 이게 작가가 직접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아니면 여러 곳에서 수집해 모은 이야기를 갈무리 한 것이지 헛갈리기도 한다.

살펴보면 실제로 강원도 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 한 것이라고 하니, 이런 감상이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닐 듯하다.

반대로, 그렇다보니 옛날 이야기의 단점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게 있다거나, 여차할 땐 판타지적인 장치로 대충 얼버무린다던가 하는 것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그게 이야기에 대한 흥미나 재미를 크게 떨어뜨린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도 어디까지나 장르적인 특징처럼 느껴질 뿐,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

수묵화로 그린 삽화들도 좋았다. 이야기와도 어울리고, 옛이야기라는 것과도 사뭇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다만, 양이 많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이런 이야기를 즐겼다. 예를 들면, ‘신화’같은 것 들 말이다. 하지만, 워낙에 드물다보니 볼 기회 자체가 적었는데, 그래서 더욱 미소지으며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