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는 마치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있었던 일을 결과물과 함께 붙여놓은 듯한 책이다.

표지

이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있다. 첫째는 저자가 자기 삶의 고단함과 현실한탄, 그리고 소설을 써내려가는 과정을 적은 것이고, 둘째는 그렇게 쓴 소설이며, 셋째는 국정농단과 촛불집회, 그리고 거기에 분개하는 작가의 심정이다.

이걸 저자는 마치 본인의 이야기를 블로그 글이나 에세이를 적듯이 자유롭게 써내려 갔다. 그래서 사실상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 작업 결과로 나온 조선 말기와 안중근에 대한 이야기 부분 뿐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꽤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소설같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액자식 구성이 소설에서 특이한 것은 아니다. 많이 사용되고, 그래서 대중적인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 본인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것 역시 그렇다. 그건 수필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담기위해 쓰기도 하고, 때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뜨러뜨려 마치 실화인 것처럼 꾸며 매력을 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 그런 장점들을 느낄 수가 없다. 서술방식이 영 마뜩잖기 때문이다. ‘이전 책에서 다뤘다’, ‘다음에 나오겠지만’ 같은 식으로 얘기한다던가, 정제되지 않은 저자 자신의 날것같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그닥 달갑지가 않다.

그렇다보니 역사를 재해석한 부분도 그런 저자의 개인 감정이 들어간 것 같아 곱게 들어오지가 않는다. 나름 조사하고 정리해서 쓴 것이긴 하겠다만, 신뢰성에서는 좀 조심스럽다고 하는 인터넷 백과사전이나 개인의 블로그 글을 참고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가상역사나 대체역사가 아닌, 실존역사와 인물을 다루는 것인데 그래도 되는 건가 의구심이 남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책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하다. 누구에겐 나름의 조사와 해석을 솔직하게 쓴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구에겐 이건 좀 아니다고 보일 법도 하다.

안중근을 다룬 책이 많아서 일부러 차별점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이럴거면 그냥 곁가지를 빼고 소설 부분만 진지하게 다루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차라리 ‘소설’을 포기하고 에세이로 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