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달님만이’는 고전적인 호랑이 설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주인공은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는 희현과 모현 자매다. 이들이 사는 마을에 어느 날 호환(虎患)1이 닥치게 되고, 이를 수습하려 나섰던 고을 수령이 행방불명되면서 기세를 탄 무당 천이의 주도아래 ‘인신공양’이라는 집단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안그래도 힘겹게 살던 이들은 ‘범의 신부’라는 허울좋은 말의 희생양으로 지목받게 된다.

보통의 옛날 이야기라면 이 쯤에서 영웅이 등장해 사악한 호랑이를 처치한다던가, 또는 덕을 쌓아오던 호랑이가 결국 사람들 사이의 오해를 해소하면서 오해의 혼란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던 이들에게 일종의 벌을 내리다던가 하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옛날 이야기와 그 궤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대의 소설가가 현대 소설의 기법을 가미하여 다시 쓴 고전 설화라는 느낌도 있다.

당연히 현대의 소설인만큼 현대적인 이슈들도 꽤 넣었다. 비판없는 대중들이 손쉽게 휩쓸려 왔다갔다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가도 보여주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약점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자들의 욕망이나 여자라서 격어야 하는 치욕같은 것들도 담았다. 그런 것들은 은근히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그것들을 보이는 인물들이 너무 단순하다는 거다. 그래서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이야기가 잘 와닿지 않는다.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할법하다기 보다는 단지 그러한 역할을 위해 등장한 것으로만 비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름의 복잡성을 가진 인물들의 행동도 그렇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당장 주인공들부터가 그렇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나름 이야기를 하기는 하나 좀 변명이나 자기합리화처럼 보인다.

나름 모현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성장을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쉽게 보기 어려운 한국의 민담을 소재로 한 것은 꽤 좋았으며, 판타지 소설로서도 나름 볼만하다. 한가지 장르에 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의 특징을 섞은 것도 어느 하나가 어색하게 튀지 않아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사람이나 가축이 호랑이에게 입는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