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링’은 학업과 입시 문제를 흥미롭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의 화자인 ‘수민’은 모든 면에서 이 소위 명문고에 어울리지 않는 학생이다. 애초에 원해서 들어온 학교도 아니었다. 하필이면 좀 더 가고싶었던 1지망 2지망에 떨어지면서, 어차피 여기까지 올 일은 없을거라며 가볍게 썼던 학교에 덜컥 붙어버렸을 뿐.

당연히 학교생활도 썩 순탄치가 않다. 이미 선두를 달리는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특별하게 불리기까지 한다만, 수민은 그런 애들과는 동떨어져 적당히 공부하며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볼 뿐이다. 어쩌면 그렇게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은채 지나갈 수도 있었을 고교시절이 어느 날 학년 선두인 ‘다차원’의 멤버이자 반 회장이기도 한 ‘세진’의 권유를 받으면서 달라지게 된다.

주인 모를 이어폰을 통해 수상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판타지 소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지만, 실제로는 학업과 입시 문제로 허덕이는 아이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판타지 소재는, 아쉽지만, 거의 맥거핀에 불과할 뿐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다.

자연히 이야기도 화자이자 신기한 경험을 하게되는 수민이 아니라, 입시와 그를 위한 학업 성취 때문에 극과 극을 오가는 세진이 더 중점에 있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는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이 흔들린다거나 흐려지지는 않는다.

페어링(Pairing)은 블루투스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용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주인공인 ‘수민’이 우연히 얻게 된 (무선) 이어폰을 통해 겪게되는 이야기임을 나타내는 것 같다.

조금 더 생각하면, 페어링은 짝짓기를 의미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속에 꾹꾹 눌러 담긴 답답함과 도저히 혼자서는 견뎌내기 어려울 것 같은 괴로움도 그것을 들어주는 짝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한다면 어쩌면 이겨낼 수 있는게 아닌가 싶게 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