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베어’는 갑작스런 변화 후 겪게되는 모험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느닷없이 모습이 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이야기는 꽤 많다. 그래서 주인공의 얼굴이(정확히는 머리가) 어느날 판다가 되어버렸다는 설정 자체는 그리 새롭거나 흥미롭지 않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늘 보고 이용해오던 사물들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간다는 것 역시 그렇다.

주인공은 변해버린 모습을 되돌리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를 그곳으로 데려온 ‘진’의 안내에 따라 그녀의 회사가 던져주는 세가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 판타지 세상을 살짝 맛볼 수 있게 해주는데 이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나름 볼만하다. 좀 무거울만한 요소도 있기는 하나 그것을 빠르게 해소하는데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만한 일상에서 판타지 세계로 한번 튀었다가 오는 일종의 일탈 경험담처럼 읽혀 가볍게 보기도 좋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몇몇 떡밥들을 뿌리며 판타지 세계를 살짝 찍어 보게만 할 뿐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런 게 일종의 계기나 맥거핀일 뿐 일상에 쪄들어 있던 주인공이 다시 삶의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인 것도 아니어서, 뭔가 좀 쓰다가 만듯한 느낌도 있다. 메타픽션적인 요소도 별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던데다, 주인공의 선택이나 이후의 행동들도 쫌 의아하고.

정리하자면, 너무 짧았다. 그렇기에 대충 뭉개고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긴 하나, 최종적으로는 재미있었다기보다는 아쉽다는 느낌이 더 크다.

혹, 후속작을 쓸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과연 어떤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쓸 수 있을지 좀 궁금하긴 한데.

이 책은 저자가 글도 쓰고 삽화도 직접 그렸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은 이야기는 꽤나 잘 어울리는 편이다. 이야기의 장면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약간 변형한 일러스트처럼 그렸는데, 덕분에 그림 자체만으로도 꽤 볼만하다. 삽화가 좀 더 있었어도 좋았겠다 싶다.

편집은 썩 좋지 않은데, 오타 뿐 아니라 이상하거나 잘못된 문장이 여럿 있어서다. 개중에는 의미가 불명한 것도 있어서 독자가 추측해서 끼워 맞춰야 한다. 별로 긴 소설도 아닌데, 검수가 좀 아쉽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