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政治的道德)’는 중국의 깨어있는 지성이라 불린다는 정치철학자 짜우포충(周保松)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유, 평등, 정의 등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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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르게는, 정치가 왜 도덕적이어야 하며 어떤 도덕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한 책이기도 하다.1 거기에는 작가 자기 생각(물론 이미 여러 철학자도 함께한 생각)도 있고, 그와 어긋나는 다른 생각들에 대한 반박도 있다. 그것들을 통해 어떤 사회, 나아가 어떤 국가가 되어야 하는지 얘기한다.

‘정치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웬 도덕?’이냐며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역사와 현실 정치를 보며 “정치는 본질적으로 권력과 이익만을 위한 활동”인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 활동에 대해서도 다분히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다. 특히 시민의 사회적 실천을 대수롭지 않게 (심지어는 빈정거리며) 본다. 촛불 집회와 같은 평화 시위가 대표적이다.

평화 시위란 권력자가 신경 쓰지 않으면, 즉 양심적이지 않으면 끝인 그저 하나의 행사, 자위적인 퍼포먼스에 그치기 쉽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여러 번 증명되어왔다. 3·1 운동과 민주화 운동들을 보라.2 그래서 나 역시 평화 시위로는 어떤 부패도 청산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틀렸다. 그렇다는 걸 촛불 집회가 실제로 보여줬다.

작가도 말한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정치 행위에도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이 있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잘못된 것을 틀렸다고 말하며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책은 총 6개의 큰 주제, 27가지의 작은 주제를 놓고 얘기하는데, 이야기를 시작할 때 처음 꺼냈던 ‘정치적 도덕’이라는 관점은 놓지 않는다. 이것은 사실 그렇게 새로운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사상이라는 게 결국엔 도덕과 분리돼서 나타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정치와 도덕을 연결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작가의 관점과 그를 통한 시선은 꽤 신선했다. 게다가 그게 옳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좋았다.

짜우포충을 두고 한국에선 ‘홍콩의 유시민’이라고도 한다더만, 썩 나쁘지 않은 비유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펼치는 여러 주제와 주장에 대한 설명도 나쁘지 않았고, 그 논리도 역시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좋은 책이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원제(정치적 도덕)를 보면 이러한 점이 더 명확하다. 

  2. 사회에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것은 평화 시위만으로 이뤄낼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오히려 무력 탄압에 대한 무력 항쟁이 있었기에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