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는 부모를 주제로 한 연작 두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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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생각의 흐름은 아래로 흐른다. 생명으로 치자면 후손으로, 즉 새로운 세대, 자식 쪽으로 눈길이 많이 쏠린다. 그러한 시선에서 부모는 자식을 있게한 근원이며, 또한 자식이 그러한 환경과 사상, 행동을 취하게 하는 주요한 문제 원인이다. 그래서 단순히 자식이라는 주인공의 배경인물만이 아니라, 그런 주인공이 마땅히 겪어내고 또 극복해야하는 일종의 빌런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좀 더 부모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 특징인데, 그것은 임산부를 주인공으로 한 첫 단편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뿐 아니라 자식인 소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년과 소년’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 연작’이라고 하는 것에 걸맞게, 여러가지 부모의 일면들을 꽤나 흥미롭고 또한 섬뜩하게 그려서 인상이 많이 남는다.

두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뚜렷하지만은 않다. 관찰을 위주로 한 사실적인 문체가 아닌데다, 조금은 시적이고 몽환적인 부분들도 있고, 정확히 뭘 한건지 장황하게 해설을 늘어놓지도 않기 때문에 이야기의 세부를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는 사람마다 좀 갈릴만해 보인다.

그렇다고 그래서 답답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소설을 통해 저자가 던지려는 물음은 그 와중에도 꽤 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디테일들은 상상해보는 즐거움으로 넘겨도 될만하다.

불확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일부 문장은 좀 취향에 안맞았지만, 현실적인 물음을 SF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내는 솜씨가 이 정도면 꽤나 좋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