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무늬 상자’는 더 나은 앞으로를 위한 용기와 함께함을 얘기하는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아토피로 고생하던 ‘벼리’가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로 전학을 하면서 시작한다. 효과를 본 벼리네 엄마는 아예 이사까지도 생각하게 되는데, 우연히 한 폐가를 눈에 두더니 덜컥 산데다 뭔가 마음이 있는 듯 손수 집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아하던 벼리도 곧 엄마가 바꿔나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등 집 정리에 동참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사연이 있는 듯한 가죽 구두와 붉은 무늬 상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폐가와 그곳의 주인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붉은 무늬 상자 속 다이어리는 이다학교에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되새기게 해준다. 상세는 다르지만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일과 유사점이 있는 그것은 주인공들이 더 공감하며 이입하게 만든다. 그러는 한편 다른 사람에게 벌어졌던 일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게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이나 무엇이 옳은지 등을 개인적인 감정이나 안위를 떠나 더 똑바로 생각하게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일도 다시 따져보게 된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더 나은 앞으로를 위해 한발 내딛도록 떠밀어 준다.

괴롭힘과 모함, 그리고 그로부터 피어나는 편견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쉽게 소비되고는 나몰라라 방치된다. 그렇게 올바로 해소되지 않은 편견은 그대로 사실인양 굳어져 털어낼 수 없는 악재로 남는다. 그리고 종종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소설 속 과거의 사건과 현재는 여러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른데, 그것을 만들어낸 것은 아주 사소한 변화다. 잘못된 것을 소리내어 부정하는 것, 옳은 것을 저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것. 거기에 필요한 것은 그저 작은 용기일 뿐이다. 극단적으로 달라진 소설 속 두 사건의 결과는 그것을 보다 뚜렷히 알게한다.

공감도 잘 되고 메시지 전달력이 좋은 반면, 이야기 구성과 전개는 좀 아쉽다. 일기라는 게 전혀 일기같지 않다거나, 일부 인물의 앞 뒤 행동 사이에 기묘한 공백이 느껴지는 등 어색하거나 의아한 부분도 좀 눈에 띄고, 좀 작위적이라 할만큼 작가 편의적으로 급한 전개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등장인물간의 관계나 공감점도 그리 잘 형성되지 않아서 행동이나 발언이 좀 과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소설을 적당 분량으로 줄인 요약본처럼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이것들이 메시지나 이야기가 주는 의미를 약하게 하지는 않는다만, 그래도 소설로서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