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니 라로카(Rajani LaRocca)’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Red, White, and Whole)’는 한 이민자 2세 소녀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독특한 서식이다.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시처럼 쓰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소설은 118편의 시가 하나로 이어져 소설이 되는 운문 소설이라고 한다. 각각이 개별적인 시인만큼 시의 특징인 비유나 운율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인데, (원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어판에서는) 그게 그렇게까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냥 죽 이어서 읽으면 보통의 소설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118편의 시라거나, 운문 소설이라거나 해서 딱히 어렵거나 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118편의 시에 담긴 내용들도 그렇다. 이민자 2세로서의 정체성, 소녀가 속해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인도인이라는 문화 사이의 다름, 어린 여자아기가 느끼는 혼란이나 아이로서의 바램 등은 딱히 스스로가 이민자 2세이거나 비슷한 상황으로 인한 정체성 문제를 겪지 않았더라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만하다. 가상의 이야기를 적어낸 것이지만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나 싶다.
이는 그만큼 소녀의 이야기와 감정이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 형식을 취한만큼 더 적은 문장으로 적어냈는데도 불구하고 묘사나 전달력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절절하게 다가오기도 하다는 것은 꽤나 신기하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좀 평범하다 할 수 있지만, 소녀가 처한 상황이나 감정이 잘 담겨있기에 딱히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