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문명(Sa majesté des chats)’은 문명에 대한 고찰을 고양이를 중심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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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저자의 전작 ‘고양이’에서 이어지는 후속작이다. 단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등장인물부터 전작의 주인공인 ‘바스테트’가 그대로 다시 등장해서 이번 책에서도 주인공으로써 활약한다.1

이야기의 배경은 다분히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다. 전염병으로 인간 세상이 사실상 망한 것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짓에 몰두하는 사이에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렸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쥐떼가 창궐하면서 마치 인간을 전멸이라도 시키려고 그러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공격해온다. 거기에 휠쓸려 여러 사람은 물론 그들과 함께 살던 고양이들 역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바스테트에게도 그런 문제가 닥치면서 쥐들을 피해 그들이 쉽게 숨고 침입할 수 있는 지하도가 없는 강 한 가운데 위치한 섬으로 피난을 하게된다.

인간에게 다분히 베타적인 동물들이 중심을 이루어 새로운 문명세계를 건설하는 것처럼 선전된 것과는 달리 주인공 무리의 고양이들은 깊은 애정이 있는 것까지는 아닐지언정 인간에게 나름 우호적인 편이다. 그래서 피난 역시 인간과 함께 가며, 그곳에서 인간에게 협력하고, 때로는 인간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소설은 무너진 기존 세계를 대체할 새로운 문명을 세우는 고양이들의 도전과 성장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그 과정에서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쥐들과 대립하는 것이라던가, 동물들이 한단계 발전하는데에 SF적인 소재가 쓰인 것, 고양이의 시선에서 본 인간 세상에 대한 것들도 꽤 볼만하다.

소재와 내용이 그렇다보니 이야기는 문명이란 무엇이고 옳은 방향이란 무엇인지같은 철학적인 물음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것은 자연히 현재 인간 중심으로 세워져있는 문명에 대해 비판이기도 하며 더 나은 문명의 지향점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촉구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은 이 소설을 단순한 오락 소설보다는 더 나은 무언가로 느껴지게도 한다.

아쉬울만한 점이라면 설정이 그리 꼼꼼하지는 않다는 거다. 이미 전염병에 대해 상당한 억지력을 갖고있는 인류가 어째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잘 납득이 안되고, 고양이 중심의 사회가 너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점이라던가, SF적인 소재 그저 아이디어만 던져놓은 것에 가까워 그렇게 현실성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느 시점 이후로 저자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히는 ‘새로운 점이 없다’는 것 역시 좀 엿보인다.

그러나 이것들도 작가의 소설 스타일로 봐준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아니며, 잘 읽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주는 소설이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독서 경험은 나쁘지 앟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한국어판에서는 시리즈라는 게 잘 들어나지 않지만, 이 책은 고양이(Demain les Chats = 내일은 고양이), 문명(Sa majesté des chats = 고양이의 위엄), (가)고양이 행성(La Planète des chats)으로 이어지는 3부작 중 하나다. 원제는 모두 ‘고양이(chats)’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있어 좀 더 시리즈임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