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레이(赛雷)’의 ‘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赛雷三分钟漫画:病毒、细菌与人类)’는 쉽고 재미있게 바이러스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게 만든 만화다.

표지

일단 ‘만화’라고 하기는 한다만, 솔직히 이 책은 만화라고 보긴 어렵다. 단지 그림보다는 글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왜, 이미 기존에도 서술 중심의 이야기나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만화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그보다는 만화처럼 보이기 위한 형식을 딱히 맞추려는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컷을 나누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그림을 많이 넣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만화같다기 보다는 그저 삽화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걸을 딱히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설사 만화라고 하기는 좀 그럴지언정 애초에 이런 걸 만화로 만드는 목적, 즉 만화의 장점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인간 뿐 아니라 바이러스를 의인화 한 캐릭터를 만들고 등장시켜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그림을 풍부하게 실었다는 점이 그렇다. 덕분에 이 책은 나름 특정 전문분야의 것을 다루는 책인데도 전체적으로 쉽고 가볍다. 바이러스가 대부분 질병으로 이어지고, 그대로 죽음으로 연결되는데도 불구하고 때로는 유쾌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인간과 바이러스 간에 있어왔던 지난한 싸움들의 개략을 나름 잘 살펴볼 수 있다. 이제까지 인간이 겪어왔던 바이러스로 인한 병들은 무엇이 있었으며,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해(또는 견뎌내) 왔는지는 물론, 앞으로로도 있을 수 있는 팬데믹에 대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이는 현재 시국을 생각하면 참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저 감상일 뿐 아니라 실제로도 유익한 내용들이므로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중국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것은 조금 다르게 얘기하면 중국인이거나 중국에서 사는 사람이 아닌 경우 의미가 많이 없다는 얘기기도 하다. 딱히 연결되는 것이 없어서다. 그러다보니 보고있자면 절로 ‘그래서 한국은 어땠는데?’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물론, 그렇다고 굳이 중국 얘기를 다 걷어내고 한국에 관한 것으로 바꿨어야 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중국 얘기가 나올때 정도는 한국 얘기도 같이 했으면 좋았겠다는 거다. 그걸 편집해 집어 넣는것이 만약 어려웠다면 최소한 각 장이 끝날때 짧게 한쪽 씩이라도 정리해 알려주는 페이지를 넣는 건 어땠을까 싶다.

책 제목을 ‘세계사’라고 이름 붙인것도 좀 이상한데, 이 책은 딱히 역사라는 측면이 드러나는 그런 책은 아니라서다. 아마 기존에 3분 만화시리즈를 내면서 ‘중국사’, ‘세계사’하고 붙였던 것이 남아, 시리즈성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 더해지면서 이런 제목이 된 듯한데, 그냥 ‘바이러스사’라고 해도 충분했을텐데 ‘굳이?’ 싶긴 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