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미 마치(七海 まち)’의 ‘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サキヨミ!)’는 운명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일, 소위 운명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자기 자신마저 대단한 마음이 들고 마냥 기쁘고 그럴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거다. 왜냐하면 사람의 운명이란 것은 결국 막을 수 없는 죽음으로 이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게는 어찌 할 수도 없는 운명을 그저 보기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아예 운명을 보는 것 마저 외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소설의 주인공 ‘미우’처럼 말이다.

미우가 ‘미래 시력’이라고 이름 붙인,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보는 능력은 언제나 불행한 미래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언젠가 부터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게 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는데 우연히 진학한 학교에서 그것을 흔들어놓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어찌어찌하다 그 아이와 엮이게 되면서 이제까지와 달리 미래 시력과 그를 통해 본 불행한 운명을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시놉만 봐도 이야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만큼 이 소설은 단순한 편이다. 현재와 과거 이야기를 몇번 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음을 위한 떡밥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미스터리처럼 복잡하게 꼬여있기보다는 마치 투명한 어항 속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쉽고 뻔한 편이다.

전개 역시 그렇다.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크게 몇가지로 나뉘는데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성장과 그를 통해 운명을 극복하는 쪽으로 일찌감치 노선을 정했다. 그래서 뭔가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긴장감을 일으킨다기보다는 마땅히 이렇게 되겠구나 하고 쉬운 예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신선한 맛은 좀 없는 편이다. 다분히 만화적인 소재와 전개는 조금 오글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쉽게 예상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해서 뻔하지만 주인공들의 행보를 은근히 응원하게 되기도 한다.

이야기는 몇몇 떡밥들을 남기며 완결성 없이 미묘한 지점에서 갑작스레 끝나는데, 그건 이 소설이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1권’처럼 눈에 띄는 표기는 없어서 좀 낚인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다음 권에서 남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게도 만든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