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는 계모를 죽이기 위해 의식을 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공포 소설이다.

표지

윤식은 계모를 없애고 싶어 한다. 과거의 일도 있고, 지금 자신을 망치는 것도 맘에 안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을 들이게 된 게 ‘원대신왕’이라는 무속의 세계다. 어떻게든 계모를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그들이 제안한 의식을 받아들인 윤식은 상갓집에서 총 4번의 의식을 치러나가는데, 그러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불행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무속신앙, 그중에서도 상문살(喪門殺)을 소재로 한 것이다. 상문살은 보통 상갓집에 온 조문객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소설에서는 이를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목적의 의식을 하는 데 이용한다. 그래서 안 그래도 불길했던 것이 뭔가 잘못되리라는 더욱 안 좋은 느낌으로 번져가는 느낌을 준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1부에서 윤식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것을 보여주는데, 의식을 행하면서 일상이 점점 비일상과 무속의 세계로 빠져가는 것을 잘 그렸다.

2부에서는 일련의 사건 뒤에 있는 것들을 파헤치며 진실에 접근해 가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거의 1부에서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을 얘기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에 가깝다.

소설의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소설은 서서히 무속의 세계로 젖어가는 것이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강대한 힘 앞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때론 사건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들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다소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억제되어 버리는 것을 보면 작은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저자가 러브크래프트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니, 여기서도 그게 잘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점은 개인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각자가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다만 그것들이 조금이라도 통했다면 이야기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과거 이야기를 그 시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가가 의도적으로 뒤로 미루는데, 그렇게 이야기 외적인 존재가 개입해 뭔가를 해설하고 조정하는 것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에 모든 사건의 전말을 드러낼 때도, 딱히 전후 과정 없이 그저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뱉어내는 것은 작가가 그걸 자연스럽게 전달한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도망책으로도 보였다. 실제로 그 장면은 인물의 면면을 생각해봐도 전혀 필요 없는 행동이었기에 더 그렇다.

뻑적지근한 사건을 일으킨 것 치고는 뒷이야기가 다소 허한 것도 아쉽다. 실제 현실과의 연결점을 만들려고 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썩 잘 와닿지도 않았고.

원래는 중편으로 쓰려다가 살을 덧붙이다 보니 이렇게 장편이 된 거라는데, 그냥 짧고 굵게 핵심 이야기의 매력만을 살리던가, 기왕 붙일거 살을 확실히 붙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목사 아버지가 은근히 풍기던 엑소시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조금 아쉽다. 그의 행위가 그 자체로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도 않았으며, 귀신과 요괴, 그리고 마귀를 한데 아우르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했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그의 행위는 엑소시즘도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무속신앙을 소재로 저주와 불길한 존재의 강림 같은 요소들은 꽤 잘 풀어낸 편이다. 오컬트와 호러, 미스터리, 그리고 무속신앙 등에 관심이 있다면 나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