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야 할 우리 고대사 삼국유사전’은 일연의 삼국유사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새롭게 살펴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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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관점 중 하나는 삼국유사를 불교 승려인 일연(一然)이 썼다는 것이다. 삼국유사를 불교서적의 일종으로 본다는 거다. 이건 책의 괴력난신적인 내용을 불교적인 표현으로 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탄생설화가 대표적이다.

저자의 이런 시선은 꽤나 적절하다. 그게 신화적인 내용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으로 ‘그렇다면 실제 벌어졌던 일은 무엇인가’도 잘 채웠다.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따져본 이 가설들은 정말로 그럴듯한데다, 신화적인 내용들과도 잘 맞아 떨어져서 꽤나 흥미롭게 보게 한다. 어떤 면에서는 마치 역사소설 작가의 설정노트를 훔쳐보는 것 같았달까.

아쉬운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좀 어려웠다는 거다. 적어도 역사서라는 측면에서는 그렇다. 때론 얘기가 감정적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내용도 대부분은 말 그대로 저자의 상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비록 사학을 전공한만큼 그럴듯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긴 했으나, 아쉽게도 그걸 뒷받침할만한 기록이나 유물 등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삼국유사가 역사서보다는 불교서적에 가깝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하는 한편, 한국 고대사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그만큼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의 경우 전설로 여겨지던 나라의 유물을 결국 발견해내 역사로 인정받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비단 자금이나 의지 뿐 아니라 다른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고대사를 연구하려면 북한이나 중국 지역 역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제고 통일이 되건, 아니면 공동 연구를 하던 제대로 된 고대사 연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역사 관련 책이라기에는 굉장히 편하게 쓴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은 옛날 얘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면은 개인적인 생각들을 술자리에서 풀어 놓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저자가 칼럼리스트이다보니 평소 글 습관이 배어나온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처음엔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익다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내용적으로는 삼국유사에 그와 관련한 내용을 덧붙인 모양새인데, 무엇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내용이고 어떤 것이 저자가 덧붙인 내용이나 생각인지를 구분해놓지 않아서 조금 어지럽기도 하다. 색이나 굵기 등으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내용이 구별되게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편집에 아쉬움이 남는다. 삼국유사 자체는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서 전문을 볼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삼국유사 자체가 조금 그렇다보니 이 책도 고대사를 엄청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괴력난신적인 이야기들을 그저 신화로 치부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해석해 보는 것이 꽤 매력적이다. 혹시 아는가. 어쩌면 그런 해석 중의 일부가 나중에는 진짜 사실로 밝혀질지도. 그래서 보면서 그런 설정의 소설을 만들어도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혹시 작가와는 다른 해석을 갖고있다면 그걸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