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칠(唐七)’의 ‘삼생삼세 보생연(三生三世 步生蓮)’은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선협 로맨스다.

표지

‘보생연’은 ‘십리도화’로 물꼬를 튼 후 큰 인기를 얻어 ‘침상서’에 이어 정식으로 발행되는 삼생삼세 세번째 시리즈다.

삼생삼세는 중국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는 시리즈다. 얼마나 그러냐면, 전혀 별개의 작품을 이 시리즈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있었을 정도다. 그러나, 원저자가 딱히 세계관과 이름 사용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공식 시리즈는 십리도화(十里桃花), 침상서(枕上书), 보리겁(菩提劫), 보생연(步生蓮) 4개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중 보생연과 보리겁은 한때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 또는 계획상 미뤄뒀던 것일 뿐 이야기를 폐기한 것은 아니었는지 결국 이렇게 한국에도 나오게 되었다.1

시리즈로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심지어 동일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삼생삼세 시리즈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개별적이다.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고해서 딱히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가 이전 시리즈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같은 것 없이 새로운 시리즈부터 시작할 수 있게 시리즈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썼다는 것은 언제든 흥미를 끄는 것부터 집어 읽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하다.

선협물은 얼핏 큰 범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오피스물처럼 작은 범주에 속한다. 그만큼 변주가 적고 클리셰도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인물의 성격적인 면이 그렇다. 선협에서 말하는 신선의 이미지가, 세계관의 특성상 좁은 방향으로 치솟아 굳어져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이 날뛰는 세계관은 더불어 함께 등장하는 인간 등에게도 영향을 미쳐 자칫하면 너무 뻔하거나 또는 공감하기 어려운 억지스런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쉽다.

이런 점은 보생연에서도 좀 보인다. 그걸 시대상이나 신분, 책임감, 순수함 같은 걸로 무마해보려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일관되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하고 성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역시 좀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말해보면 그래도 봐줄만한 마지노선까지는 잘 추스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로 각기 다른 자리와 상태에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인연과 감정을 조금씩 다르게 풀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때로는 답답하고 빡치기도 하지만, 종합적으로는 양호한 편이다.

속도감이 있어 지루하지 않은 것은 좋은 점이다. 현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신화나 과거 이야기를 중간 중간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고대와 근 1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덕분에 시간상으로는 주요 사건 몇개가 파편적으로 등장할 뿐인데도 연속된 이야기가 꽉 차게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생연의 특징 중 하나는 시리즈 최초로 본격적인 세계관 구축을 시작한 것이기도 한데, 태초에서부터 신, 신선, 인간으로 이어지는 신화의 전승과 계보를 밝혀내는 것은 그 자체로도 꽤 흥미로우며, 지금의 인물들과 이어져 있을 것임을 암시해서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아마 공개 시기 때문에 보리겁을 3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가 본데, 작가는 딱히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나보다. 보리겁은 보생연 이후에 연재할 거라는 풍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