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집사’는 사우디 왕가의 집사라는 나름 흔치않은 소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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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됐던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집사라는 소재의 조합이 꽤나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게 한국인이라고? 집사라는 개념이 없다고 할 수 있는 한국사람이 무려 사우디 왕가의 집사가 된다니,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소설이었다. 집사라는 걸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전혀 집사다운 일이나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집사의 하루 일과가 어떻다는 시간표 정도만이 집사로서의 정체성을 보일 정도니, 일종의 집사물로서의 면모를 기대했다면 이 지점에서 일단 실망 1스택을 쌓게 될거다.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배경도 솔직히 그렇게 흥미롭게 쓰인건지 모르겠다. 거의 일면식도 없는 주인공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집사를 하면서 겪는 이야기다보니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야기도 여럿 나오기는 한다만 그게 딱히 이야기와 긴밀하게 연결된 느낌은 아니랄까. 그 곳의 역사나 문화, 정세같은 게 일종의 시련같은 것으로 작용한다던가 하는게 아니라서다. 조금은 그저 배경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면모들을 소개하는 정도의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핵심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살바토르 문디’가 취향에 안맞았다. 워낙 희소성이 있는 다빈치의 작품이다보니 아직도 진품 논란이 좀 있는 이 작품을 소설에선 진품으로 가정하고 심지어 거기에 판타지스런 면모까지 덧붙인 것도 좀 안좋았다. 종교적인 색채도 지나치게 짙어진데다, 의아하고 비현실적이라 이입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라 하면 당연히 이슬람인데, 뜬금없이 왠 기독교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국인? 주요 요소 요소가 잘 연결이 안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보는 내내 흥미나 재미보다는 의아함이 더 많이 들었다. 심지어 이 소설이 전혀 완결성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소설 제목 등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작가의 말을 보면 이 소설은 애초에 시리즈로 기획된 이야기의 첫번째 책으로 말하자면 도입부였던 셈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1권 등으로 시리즈임을 명시하지 않은 게 불만스럽긴 하지만, 의아하게 느꼈던 점들이 후속권에서 해소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다음권을 기다리게 할만한 이야기였냐 하면, 그것 좀 긍정적이지 않다. 과연 후속권을 통해 이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