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오해’는 비밀과 오해, 그리고 그로부터 생기는 거리에 대한 소설이다.

표지

저자와의 만남은 앱북을 통해서였다. 당시 아이폰을 쓰던 나는 거기서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렇게 찾다가 눈에 띄어 보기 시작한게 크리스탈북과의 시작이었다.

그가 쓴 단편들은 짧막하면서도 완결성있고 주제도 뚜렷하며 그걸 풀어내는 문장도 좋았다. 왠지 늘 암울하며 음습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러한 쪽으로 향해가고, 독자 또한 그에 빠져들게 하는데, 뭐라 명확하게 딱 잘라 이야기할 순 없지만 묘하게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건 장편인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아니, 오히려 좀 더 풍부한 분량으로 충분히 써내서 그런지 작가의 특징이 더 잘 묻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세 자매가 마치 파국으로 치닫는 듯 한 이야기는 꽤 긴장감을 가지게도 했는데, 그렇기에 그게 종국에 이르러 해소될 때는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했다.

소설은 세 자매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각자의 상황과 생각을 풀어내고, 그걸 서로 연결해서 이야기를 하나로 잘 짜맞추는 식으로 구성됐다. 그 연결이 절묘하고 읽는 사람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효과가 있어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실처럼 팽팽한 상황에 다다르게 한다.

좋았던 것은 이런 식의 진행이 주제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거다. 그래서 읽고나면 꽤나 짜임새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라면 긴장이 해소되고 난 후에 남아있던 문제들을 조금은 너무 쉽게 처리하는 감이 있다는 거다. 그게 막내 비주를 제외하고는 좀 대충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런데도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던 것은, 그만큼 그 전까지 그들이 품고있던 것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사소한 잔 일들을 별 긴장감 없이 대하는 모습이 반대로 이들에게 그만큼 여유가 돌아온 것처럼 보이게도 했다.

앱북에서와 달리 오타나 어색한 문장이 꽤 눈에 띄었는데, 종이인쇄라 어떻게 수정할 수 없는 것에는 저자도 아쉽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