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레 요코(群 ようこ)’의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咳をしても一人と一匹)’는 우연한 계기로 어린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일상 에세이다.

표지

고양이의 수명은 보통 15년 정도라고 한다. 짧으면 10년, 길어도 16년 이상 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서다. 그래서 혹자는 12년 정도를 현대 고양이의 평균 수명으로 보기도 한다. 그 나이를 넘기면 사실상 삶보다는 죽음에 보다 가까운, 말하자면 노묘(老猫)라는 얘기다.

그렇게 보면 20년 가까이 함께 생활해온 저자의 고양이 C는 엄청나게 장수한 셈이다. 사람으로 치면 거의 100세에 가까우니까 말이다.1

이 책은 그런 고양이와 작가가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을 소소한 일상과 함께 담아낸 것이다.

작가가 그려낸 고양이와의 삶은 어떻게 보면 쉽게 상상할만한 것이기도 하다. 소위 ‘집사’로 대변되는 사람의 처지, 마치 철모르는 아이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밀당중인 연인을 대하는 것 같기도 한 고양이의 행동, 둘이 만나 펼쳐지게 되는 모습들은 그래서 막상 보면 딱히 특별하지는 않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눈 앞에 있듯 상상이 되고, 고양이와의 삶에서 느끼는 감정들도 쉽게 공감이 간다. 그래서 별 거 아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소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그건 고양이와의 삶을 담은 에세이이면서도 고양이와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는 모습이라던가, 고양이가 원하는 것, 말하는 것을 마치 직접 듣는 것처럼 작가가 그려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는 과연 소설가라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20편의 글들은 때때로 소설적인 면모도 보인다. 예를들면, 깊은 빡침을 애정과 사랑스러움으로 그린다던가, 귀여운 짓을 보면서 짜증을 표현하는 것도 그 하나라 하겠다. 서로 상반되는 듯 하면서도 고양이를 너무도 잘 묘사한 이런 표현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소설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런 모든 것들이 혼자만의 공상처럼 느껴지지 않게 구체적인 묘사도 잘 했다. 때로는 교육시키려는 듯이, 어떨땐 혼내는 것 처럼, 그리고 또 다른 때는 마치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처럼 그려낸 고양이의 특징과 모습은 마치 눈 앞에서 보는 것 같이 선해 사랑스럽다.

소설가의 작품이라설까, 아니면 기존에 그가 내던 작품들도 소소한 일상을 담은 것이어서일까. 이 책은 일상 에세이면서도 소설처럼 읽힌다. 그게 더욱 흥미롭게 끝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웃으며 따라가게 만든다.

책을 볼 때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사실적인 고양이를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표현한 고양이 울음소리들인데,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그게 미묘하게 벗어난 느낌을 준다. ‘삐에에엑’처럼, 보통의 한국사람이 갖고있는 ‘고양이 울음’ 상에서 크게 벗어난 소리를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서에서는 대체 어떻게 표현했었는지, 무엇보다 그 실제 울음은 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 그렇다. 울음까지는 모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 그게 이 책의 티끌이다.

  1. 기사에 따르면 고양이와 사람의 나이는 대략 다음과 같다고 한다: 1년=15세, 2년=24세, 3년=28세, 4년=32세, 5년=36세, 6년=40세, 7년=44세, 8년=48세, 9년=52세, 10년=56세, 15년=76세, 20년=96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