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미 히로마사(砥上 裕將)’의 ‘선은 나를 그린다(線は、僕を描く)’는 수묵화를 소재로 한 청춘소설이다.

표지

주인공은 좀 극단적인 인물이다. 과거의 사건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마음을 닫는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동성도 낮고, 인간관계도 좁다.

그런 것 치고는 생각보다 인간관계에 서투르지도 않고 사람들도 그를 꺼려하지 않으며 주변에 머무른다. 마치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친구도 그렇고, 이야기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노다 고잔’도 그렇다.

이런 다소 모순적이어 보이는 캐릭터는 그가 전혀 그런 성향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과 주변인들이 다소 만화적이라 할만큼 개성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에 많이 상쇄된다. 따지고 보면 좀 그렇다 싶을 뿐, 어색하게 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만화적인 주변인들은 꽤 묵직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소설을 가볍고 유쾌하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하며, 몇몇 억지스러울 수 있는 전개를 대충 넘어가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소설은 일종의 직업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수묵화가 무엇이고 수묵화가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것을 등장인물간의 에피소드와 그들의 대사를 통해 전하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들이 흐름을 끊지도 않으며 교양을 우겨넣으려는 듯한 불편감과 작위스러움도 없다. 주요 내용들 역시 너무 과장되지않게 잘 소개했다.

저자의 시각적인 묘사도 나쁘지 않아서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장면이 잘 그려지며, 글로만 보면서도 수묵화의 매력이 전해오기도 한다.

주인공을 특별한 사연, 상태로 설정함으로써 그가 수묵화의 세계에 발을 들여 그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변해가는 것도 꽤나 잘 보여준다. 이것을 수묵화와 연결 짓는 것도 잘 해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좋은 편이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