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소녀’는 한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그린 오컬트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학교에 대해 한국인들이 갖고있는 인상은 다분히 부정적이다. 강요과 강압도 서슴치않는 비틀어진 교육열에 학을 뗀 경험이 있어서다. 성적이라는 기준표로 세워지는 줄, 자율이라는 명목하게 행해지는 강제학습, 일부는 명확한 순위 목표를 상벌과 함께 지정받아 그 때문에 잠까지 줄여가며 매달리기도 한다.

대학 입시라는, 뚜렷하게 이후 인생을 좌우할 목표가 주어지는 고등학교는 그게 극대화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런 고등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압박, 그런 고등학생들을 그런 상태로 몰아가는 주위 사람들의 광기는 어느정도일까.

소설은 마치 그걸 오컬트라는 판타지 문학의 형태로 그려낸 것 같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적 존재를 광신하는 사람들이라거나, 목적을 위해 매달리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까지 꽤 나쁘지 않게 그렸다. 초월적인 존재에게 휩쓸리는 듯한, 조금은 크틀루스러운 분위기도 그렇다.

시각적인 묘사도 괜찮은 편이어서, 소설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좀 덜 다듬어진 것 같다. 몇몇 상황이나 연결, 전개에 의아함이나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모험물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진지하게 사회비판을 담은 것도 아니며, 본격적인 호러라거나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퇴마물이라고 하기에도 뭣해서 이야기성은 좀 약하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