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太宰 治)’의 ‘사양(斜陽)’은 전후 몰락해가는 귀족 가족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제목은 자칫 사양(仕樣)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현대 한국에서 ‘저물어가는 해’를 의미하는 한자어 사양(斜陽)은 전혀 실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같은 걸 가리키는데 석양(夕陽)을 사용한다만, 글자의 의미가 이 둘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굳이 익숙한 석양으로 바꾸지 않고 낯선 사양을 사용한 게 아닌가 싶다.

서서히 바래져가며 저물어 간다는 점에서 한 귀족 가족의 몰락을 그린 이야기의 제목으로는 꽤나 잘 어울린다. 돈도 다 떨어진 마당에 딱히 생활을 이어나갈 수단은 없고, 심지어 인간 관계마저 어찌할 수 없이 망가진 모습을 보이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암울한 기색을 띈다.

이는 ‘인간실격’같은 저자의 다른 작품과도 좀 통하는 면이 있는데, 이게 더욱 그가 얼마나 힘겨운 생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새삼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고 마냥 어찌할 수 없는 음울한 몰락과 그 과정에서의 헛된 몸부림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들의 행동에는 일종의 처절함이 깃들어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게도 하며, 꿋꿋하게 삶을 이어나가려는 의지를 단적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꽤나 희망적으로도 읽힌다. 모든게 어긋나고 실패한 것만 같지만, 설사 꺽여버렸다고 해도, 살아갈 이유가 있고 살아갈 수 있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