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베 얀손(Tove Jansson)’의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Småtrollen och den stora översvämningen / The Moomins and the Great Flood)’는 무민 연작소설의 첫번째 소설이다.

표지

1945년에 처음 발간되어 시리즈의 시작을 연 이 소설은 당초엔 전혀 시리즈로 기획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야기도 단권으로 완결성을 가지며 온전하다 할만한 끝을 지으며, 삽화로 표현된 무민들의 모습도 현재 알려진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무민들이 사는 세계와 그곳에 사는 이들에 대해서 꽤 언급을 해서 자연히 다른 이들의 이야기와 이들 가족이 무민 골짜기에서 살아가는 것도 궁금하게 만든다. 이런 걸 보면 설사 지금과 같은 연작소설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무민들이 사는 세계관을 계속 그려나가려는 생각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무민들의 이야기를 처음 보여주는 소설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이후 책들에 비해 좀 더 지향하는바가 확실한 느낌이다. 가족주의도 그렇고, 곤란을 겪는 중에도 서로 도우며 결국 해피엔딩을 향해가는 것도 이 책에서 좀 더 두드러지는 편이다.

단권으로 완결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인지 완성도도 높다. 무민과 엄마가 모험을 떠나게 된 것이나, 모험 중에 겪는 것들도 그렇고, 모험의 마지막 역시 깔끔하며 잔잔한 미소를 남긴다.

이 책은 첫번째 소설인데도 작가정신판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출간했다. 그래서 넘버링도 (기왕에 출간할 때 1부터 매겼으므로) 이 소설은 0번을 달게 됐다. 다른 소설들과는 설정 등이 바뀌었다고 판단한건지, 왜 이렇게 출간하게 된건지 좀 의아하다.

뒤늦게 출간한 대신 특별판처럼 양장에 실제본으로 만든 것은 좋았는데, 삽화의 컬러까지 복원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1

시리즈 전체적으로는 캐릭터 명칭에도 미묘하게 아쉬움이 있다. 2018~2020 작가정신판은 기존의 중역본과 달리 스웨덴어 완역본인데도 스웨덴어판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한국어화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번역에 영어판이나 일본어판 등을 참고했다고도 밝히고 있는데 그 영향도 있는 것도 같고, 어쩌면 이미 알려진 이름을 무시할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기왕 새로 번역하는 것인데 좀 과감하게 해보는 건 어땠을까 싶다.

  1. 다만, 이는 한국어판뿐 아니라 스웨덴어판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책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