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퓌 리바넬리(Zülfü Livaneli)’의 ‘마지막 섬​(Son Ada)’은 튀르키예(Türkiye)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정치적 우화다.

표지

애초에 목적이 분명한 글인만큼 소설은 꽤나 노골적인 얘기를 담은 편이다. 대놓고 전 대통령이 등장하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물론 그가 어떤 짓들을 행해왔는지도 거의 직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설사 튀르키예의 정치 상황을 모르더라도 그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그렇기 때문에 소설로서의 읽는 맛이 떨어지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일종의 유토피아라 할 수 있는 섬을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이룬 공통체가 무슨 완성을 이루었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서서히 망가져가는가를 실로 섬뜩할만큼 잘 그렸기 때문이다.

독재 권력자가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가 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소설 속 전 대통령은 무력을 앞세운 독재자라고 딱 잘라 얘기할 수 있지만, 그의 통치는 놀랍게도 전혀 일방적인 통보 같은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토론을 하며 회의를 통해 소위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그렇게 결정된 것을 철저하게 따른다. 민주주의라는 껍질을 입고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형태의 허상을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모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50% + 1명의 다수가 나머지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고작해야 조금 다를뿐인 또 하나의 독재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치 구조나 권력자 뿐 아니라, 책은 또한 무관심한 국민들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선주민인 섬 사람들에겐 그만큼의 힘이 있었고, 새주민인 전 대통령이 자기만의 주장으로 이상한 짓을 벌였을 때 얼마든지 항의하거나 협의하여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전 대통령의 행위를 인정하고 나아가 그가 더한 것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준다.

이런 비판은 한국이 이미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또한 지금도 겪고있기 때문에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물론 한국에 민주적 운동이 있었고, 그것이 큰 분기를 만들어냈던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잊히고 잘못이 반복되는 꼴을 보고있자면, 쓴 웃음이 절로 아니일 수 없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