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자’는 시대와 국가에 치여 사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960년대 부터의 역사와 함께 당시에 치여 살아가는 부모세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시기나 파독 등을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조금은 영화 ‘국제시장(2014)’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가족 판타지와 같았던 국제시장과는 달리, 무국적자의 인물들은 지독히 한국적이고 또 현실적이다.

그래서 시대에 절망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분노를 담아 욕지기를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들은 그저 연약한 일개 시민일 뿐이다.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나 활약은 없지만, 반대로 그래서 더 그들의 분노와 한숨에 공감이 가고, 그들의 이야기에도 안타까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흐름은 2부에서도 비슷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지만 다가오는 것은 시련과 절망 뿐이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 뿐이다.

그렇게 프랑스로 건너가 10여년을 살고 시민권을 얻지만, 도저히 프랑스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한국 사람일까. 이에대해 ‘무국적자’라고 하련다는 작가의 대답이 재밌다. 자신을 나타내는데 있어 국적이란 큰 의미가 없기에 무국적자라는 거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국가에 대한 어떤 불만 같은 것을 느꼈다. 외국에서 문제가 생겨도 신경써주지 않는 것이나, 오랫동안 국가 소속으로 봉사했어도 단지 행정 처리가 안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아니라는 것 같은 거에 대해서 말이다. 한마디로 굳이 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소속감을 가져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러고보면 얼만 전 부르짓던 ‘이게 나라냐’도 비슷한 맥락같다.

책에는 그렇게 국적을 버린 다양한 무국적자들이 나온다. 그 중 일부는 삶을 위해서 직접 선택하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그렇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작은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게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