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는 시간여행을 통해 자살을 막는 특별 TF 팀의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실로 여러가지 감정이 동시에 드는 소설이다.

일단, SF로써 봤을때는 좀 실망스러운 편이다. 주요 소재인 시간여행과 그를 가능케하는 특별한 장치에 대한 묘사가 쫌 막말로 형편없기 때문이다.

SF에 도전하는 작가들이 섣불리 디테일을 추가하려는 욕심질에 성을 많이 내는 편이다. 안그랬으면 차라리 각자가 알아서 채웠을 나름 무난하게 볼 수 있을만한 상상마저도, 굳이 현실성없는 오류와 맞부딛히게 함으로써 그럴 일말의 가능성마저 막고 설정오류라는 불편한 찌꺼기를 남기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실책을 이 소설도 똑같이 범하고 있다. 차라리 없었으면 더 나았을, 내용에도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상한 디테일을 굳이 집어넣어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게 한다.

자살이라는 것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은데, 비록 그 메시지 자체는 꽤나 공감할만하고 괜찮은 것이긴 했으나 그것을 주인공이 너무 자신의 심경과 깨달음을 노골적으로 토해내는 식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를 분명하고 (거의) 오해없이 받아들이게 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럴거면 뭐하려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거쳐야 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 역시 느끼게 한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로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다만 그러지는 못했다. 오히려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상의 오류를 보임으로써 메시지까지 의아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썩 좋은 소설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그래도 여러 시간대가 동시에 관여하는 시간여행을 여러 사람들이 서로 쌓아가는 인연을 통해 그렇게 얽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꽤 괜찮아서, 시간여행물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나름 볼만했다.

온전하지는 않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캐릭터의 행동이나 슬쩍 지나간 설정들이 왜 그랬는지를 상상으로 채워보게 하는 자기정합성을 띄는 구성도 나름 재미있다.

다만, 떡밥만 던지고 해소하지 않은 게 있는 건 아쉬웠는데, 딱히 그게 갈등을 심화한다던가 하는 맥거핀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불필요한 첨언으로 느껴졌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