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공찬이’는 최초의 한글 필사본 소설로 알려진 설공찬전을 새롭게 다시 써낸 소설이다.

표지

굳이 왜 다시 썼느냐고 하면, 원작인 설공찬전이 소설되었기 때문이다. 한글로 필사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자로 적었던 원본 역시 마찬가지다.

설공찬전에는 당시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종교적인 면은 물론 정계를 비판하는 듯한 내용도 담겨있었기에 금서(禁書)로 지정되어 대부분이 불태워져서 그렇다.

그래도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던 것은 조선왕조실록에 무려 여섯 번이나 언급이 되며 무엇이 문제인지 등이 기록되어있어서이며, 비록 앞부분만 있을 뿐 온전하진 않다고 하나 실제 한글 필사본 역시 발견을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발견된 한글 필사본의 내용을 기본으로 두고 거기에 살을 더해서 온전한 이야기가 되도록 다시 쓴 것이다.

소실된 것을 복원한다는 면에서 이 소설은 꽤 의미가 있다. 원작의 내용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내용도 그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게 하였으며, 순전히 상상으로 매꾸어야만 했던 소설의 중후반부 역시 그리 나쁘지 않게 잘 만든 편이다.

새롭게 덧붙인 내용은 시대에 걸맞게 페미니즘적인 내용이 많은데, 이는 긍정적으로 보자면 고전을 살리면서도 현시대에 맞는 소설로서 잘 완성해냈다고 평할 수 있겠다.

부정적으로는 그 내용을 지나치게 주요한 이야기로 부각을 시키는 바람에 소설이 더 이상 설공찬전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롭게 쓴 ‘설공찬이’는 사실상 ‘설초희전’에 더 가깝다. 본래라면 (설공찬전인만큼) 저승 이야기를 해주는 주인공이었을 설공찬이 이 소설에서는 어디까지나 설초희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화자이자 관찰자로 전락해버렸다.

새롭게 해석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원작에서 겨우 두어문장으로만 언급된 내용을 이렇게까지 부각한 건 좀 과해보인다.

설공찬의 생전, 사후, 그리고 현재가 전환될때의 전개도 그리 매끄럽지 않다. 설씨 남매의 죽음과 귀신으로써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애초에 원작이 저승에서의 이야기를 주요하게 생각하여 이들의 이른 죽음에 별 다른 사연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바람에 뭔가 어정쩡해 보인다. 그저 그런 마무리는 설씨 남매의 귀신 소동을 의미없이 번잡한데다 지나친 행위로 비치게 한다.

원작과 좀 달라지더라도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하던가, 아니면 불필요한 인과를 버리고 순수하게 저승 세계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